비교는 나쁜 것일까?

내맘대로 일기 37

by EAST

자꾸 남들과 비교한다. 그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교는 어느새 내 코 앞까지 바짝 그 얼굴을 들이댄다. 깜짝 놀라 털어내지만 잠깐 방심하면 비교한테 덥석 잡아먹힌다.


남의 떡이 크다는 말,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뭐 비교할 수 있다. 나만 해도 당장 브런치에 잘 쓴 글을 보다가 내 글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기가 팍팍 죽는다. 내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자책한다. 조금 있던 자신감마저 곤두박질친다. 불행의 씨앗이 된다.


하지만 비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쓴 글을 보고 따라 써본다. 내 색깔을 입힌다. 꼭 내가 쓴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내 글이 된 것 같다. 뭔가 실력이 늘어났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일이다. 새해 들어 집 근처 지사로 전근 간 직원과 만났다. 불과 보름 남짓이었지만 오래된 듯 반가웠다.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란 그렇다. 식당 자리 잡고 서로 안부를 물었다.


여기로 오세요.

본사보다 훨씬 좋아요. 그는 얘기를 이어간다.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일이 적다는 것이다. 본사에서 1년 동안 근무한 경험 있는 그에게 지사 근무는 쉽다고 했다. 근무하는 직원수가 본사에 비해 많이 적으니 당연히 주된 업무인 출입 통제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로 따지면 어림잡아 본사 업무량의 20%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본사는 경비 인력이 1명 더 많다. 하지만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사의 좋은 점이 계속 이어진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본사 근무만 했다. 그래서 지사 근무 환경을 알지 못한다. 건너서 들리는 그런다더라,라는 말들은 바람처럼 휙 흔적 없이 나를 지나갔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니 마음이 흔들렸다. 당장 내가 근무하는 조건과 비교가 되었다.


무엇보다 집과도 가까웠다. 거리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새벽 힘들게 일어나는 시간을 1시간 가까이 더 늦출 수가 있고, 컴컴한 출근길, 야간 근무 후 졸린 퇴근길을 꽤 단축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도 절반 아래로 줄어든다. 이런 장점이 있는데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선뜻 내키지 않는다. 왜 그럴까. 멈칫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원래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변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융통성이 없다. 이건 나쁜 쪽. 그러면 진득하다. 끈기 있다. 성실하다. 이건 좋은 쪽이다. 저울질한다.


본사와 지사의 비교. 그리고 나는 선택했다. 비교하고 선택하는 것 사이에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다. 그걸 캐내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비교가 나쁜 건 아니다. 나는 말한다.

내년에 갈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건망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