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내맘대로 일기 39

by EAST

아파트에 살면 층간소음은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 있는 집이 윗 층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 아이들 뛰는 거야 당연한 일, 안 뛰는 게 도리어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사 들어온 날,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윗 층 젊은 엄마가 애들이 있어서 좀 시끄러울 것 같다며 음료수 한 박스 들고 찾아왔을 때, 축구해도 된다며 안심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거실 소파에 있는데, 낯선 음악 소리가 들렸다. 현관 벨 소리도 아니었다. 따라가 보니 인터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받았다. 윗 층이었다. 어제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혹시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약간 톤이 높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처음 듣는 소리라며, 확인해 보겠다고 인터폰을 끊었다.


관리사무소 확인했다.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윗 층에 알려줬다. 애들 뛸 때마다 주의 주고, 마룻바닥에 층간소음 방지 매트 촘촘히 깔아 두었다고 젊은 엄마는 강조했다. 억울하다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애들 뛰는 것 당연하다는 말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이번에는 현관 벨이 울렸다. 윗 층이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무슨 일일까 싶었다. 한 손에는 A4 용지가 들려 있었다. 그걸 들더니 혹시 이걸 자기 현관문에 붙였냐고 물었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A4 내용을 읽었다. 층간소음 주의 안내문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 집 현관문을 살펴봤다. 우리는 없었다. 글쎄요. 그럴 리가요. 돌려보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괘씸했다. 다짜고짜 달려오는 경우는 또 뭐지 싶었다.


드디어 터졌다. 인터폰이 왔다. 또 윗 층이다. 층간소음으로 신고했냐고 물었다. 이번엔 참지 않았다. 몇 번 말하지 않았냐고, 애들 뛰어도 된다고, 우린 신경 안 쓴다고. 그리고 확실하게 알아두라고. 애들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애들이니까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혹시 몰라 알려드리는데 애들 발망치 소리 우리 집에서 똑똑이 잘 들린다. 하지만 그 때문에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는 일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윗 층은 죄송하다며 인터폰을 끊었다.


그동안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니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내가 베푼 호의가 엉뚱하게 나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다니 씁쓸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로 인터폰은 울리지 않는다. 발망치 소리는 울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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