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운전

내맘대로 일기 40

by EAST

야간 운전은 피곤하다. 주위가 온통 캄캄하고 보이는 건 오로지 앞 차 후미등뿐이다. 시야가 좁고, 또 같은 곳만 계속 쳐다보니 깜빡 졸아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최근 어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을 왔다 갔다 하느라 야간 운전을 많이 하게 되었다. 시골 갈 때는 영동고속도로를 타다가 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병원 올 때는 그 역순이다. 병원 일 끝낸 후 어머니 모셔다 드리고, 저녁 6시쯤 집으로 출발한다. 겨울이라 벌써 주위는 컴컴해진다.


야간 운전 하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편도 2차로다. 바깥쪽 차로인 2차선은 항상 화물차로 가득하다. 그러니 느리다. 안쪽 차로인 1차선은 그래서 대개 승용차가 달린다. 사방 컴컴한 길, 1차선은 예닐곱 대의 승용차가 무리 지어 달린다. 하나의 그룹이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룹의 선두가 이들을 본의 아니게 이끈다.


컴컴한 길을 헤치고 나가는 선두 차의 성향에 따라 이들 그룹의 전체적인 속도 역시 달라진다. 선두 차가 과감히 달리면 그 뒤를 따가라는 나머지 차들의 속도도 덩달아 올라간다. 마치 자동차 레이싱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컴컴한 밤을 헤치는 선두 차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피곤하다.


선두 차가 느슨해질 때, 후미에서 차 한 대가 박차고 나간다. 2차선은 마침 비었다. 부아앙! 엔진 소리 키우며 선두를 탈환한 차는 이제 그룹의 리더가 되어서 밤길을 달린다. 이번에는 더 빠르다. 다른 차들도 속도를 올린다. 그러다 앞서 달려가던 한 무리를 만난다. 잠시 선두 차 주춤. 고민 중이다. 속도를 줄여, 우리 그룹을 유지할지, 따라잡아 새롭게 무리를 만들지. 결국 추월한다. 여기서 후미 그룹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따라갈지, 다른 그룹에 섞일지. 이런 과정이 서너 차례 되풀이된다.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졌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게 된다.


영동고속도로는 편도 4차로이기 때문에 무리는 자연스레 뿔뿔이 흩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운전자들은 서로 잘 가시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소, 고마웠소,라는 심정으로 각자 차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초승달이 검푸른 하늘 위에서 씽긋 웃고 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차 후미등처럼 길잡이 역할을 나도 모르게 한 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그러니 후미등이 잘 켜지는지, 또 반짝반짝 깨끗한지 간간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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