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고통

내맘대로 일기 42

by EAST

요즘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시라도 도움 될까 싶어 처음 썼던 글을 찾아 찬찬히 읽어본다. 2025년 9월 3일 호기롭게 시작했던 글쓰기, 내 머리는 파도 파도 끝없이 나오는, 마를 줄 모르는 샘물인 줄 알았다. 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스타워즈 오프닝 자막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처럼 내일 쓸 글들이 끝없이 흘러갔다. 내일이 왜 이리 더디 오는 거야, 소풍 앞둔 초등학생처럼 뒤챘다.


하루에 두세 편씩 글을 썼다. 미리 숙제 다 끝낸 학생의 여유로움, 자부심, 자랑스러움 등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미리 쓴 글들을 하루하루 올리면서도 걱정 없었다. 기고만장했다.


그거 오래가지 않았다. 예전 같지 않았다. 글 100편을 넘길 무렵이었다. 노트북 자판 앞에서 길을 잃었고, 광활한 갤럭시 옛이야기 대신 머리는 온통 하얘졌다. 마를 줄 몰랐던 샘물, 고작 3개월짜리였단 말인가? 쓰다 지우다 반복했고, 다 쓴 글도 성에 차지 않아 폐기했다. 쓰지 못하니 매일 글도 올리지 못했다. 부도 막듯 간신히 글 올렸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처음에는 글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그런데 이제는 기쁨이 사라졌다. 마치 신곡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돌 그룹처럼 점점 초조해졌다. 원인을 찾았다. 아하!


그동안 너무 뽑았다.

글감이 그러니 고갈될 수밖에. 채우지 않고 뽑아 쓰기만 했으니, 기름 탱크 텅텅 비었다. 이제 주유소 가야 할 차례다. 퍼지기 전에.


둘째, 너무 의욕이 앞섰다.

성질 급한 거 어딜 가나 했다. 무계획 무데뽀(전쟁터에 총 없이 나간다는 뜻의 일본어 무철포)였다.


셋째, 스타일이 구렸다.

말이 좋아 일관성 있는 거지, 글 스타일이 천편일률, 뻔했다. 긴장감도, 흥미로움도, 진중함도 도무지 없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처럼 남는 게 없었다. 대체 뭘 말하려는 거지, 횡설수설, 에세이란 이름으로 가리려 했던 가벼움이 들통난 거다. 아! 이 가벼움이라니. 내 몸무게였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뭐다. 결론이.


주유(注油)가 아니라 주책(注冊) 좀 해야겠다.

이제 책 좀 읽으려고 한다. 브런치 작가님들 글도 많이 읽어야지, 결심한다. 좀 채워야 할 때다.


글 올리는 거에 목숨 걸지 말자.

형편대로 올리자. 주 1회면 어떻고, 월 1회면 어떠리. 양보다 질이다.


글 스타일 바꿔보자.

힘든 일이다. 굳혀진 스타일 바꾸기란 내 머리 파마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러다 대머리 된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조지 버나드 쇼 큰 형님께서 말씀하셨다.


기쁨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이다.

고통이 있었으니 이젠 기쁨 차례다.

인생사 새옹지마. 돌고 돈다. 어지러우니 다만 너무 빨리 돌지 말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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