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보리밥

내맘대로 일기 45

by EAST

민수 씨는 청국장을 좋아한다. 청국장과 같이 나오는 보리밥도 좋아한다. 갖가지 나물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다. 보리밥 한 숟갈 입에 넣고 구수한 청국장 떠먹으면 세상 행복하다. 이 맛 때문에 집에서 멀지만 일부러 매주 단골 식당을 찾아온다. 주인장도 이런 민수 씨를 반긴다. 청국장집을 물려받을 게 확실한 주인장 아들은 민수 씨가 오면 보리밥을 말없이 많이 내준다. 단골에 대한 그 나름의 애정 표현이다. 아내랑 둘이 가면 얼추 3인분을 내준다. 게다가 숭늉까지 먹으면 그야말로 배가 남산만 해져서 나온다.


직접 담근 열무김치도 맛있다. 아삭아삭 삼삼하니 맛이 기막히다. 따로 구입해서 먹을 정도로 이 집 열무김치 맛은 최상급이다. 주인장도 음식에 자부심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직접 메주 쒀서 청국장을 만드는 정성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고 민수 씨는 생각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청국장집이다. 주인장과 인사를 건넨 후 손가락 2개를 펴 보인다. 청국장 2인분. 물론 3인분이 나올 테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진다. 이윽고 음식이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솥에서 보리밥을 대접에 담는다. 담고 나서 남겨진 누룽지에 따끈한 물을 붓는다. 돌솥은 한 켠으로 치우고, 보리밥을 먹는다. 음! 역시 맛있다.


그때 우두둑! 돌이 씹혔다. 빈 그릇에 뱉는다. 입을 헹군다. 벽에 붙은 거울을 보고 앙! 입을 벌린다. 어금니가 깨졌다. 깨진 부위는 참깨만 했다. 소리가 엄청 커서 이빨이 아주 크게 깨진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걸 어쩌지, 주인장은 모르는 눈치다. 아내가 조용히 밥 먹고 나가자고 눈짓한다. 민수 씨는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치아보험도 없다. 분명 생각지 못한 돈이 들어갈 것이다. 아내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민수 씨는 고민이 깊어진다. 주인장 쪽을 쳐다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다. 주인장이 뭐 더 필요한 거 있어유, 내 냉큼 갖다 드릴게유, 라는 표정이다. 아! 그 표정에 졌다. 식당을 나온다.


민수 씨는 치과에 갔다. 잇몸 치료며 임플란트 심느라 최근 자주 다니던 치과다. 무슨 일이시냐, 묻는다. 돌 씹어서 깨진 것 같다고 말한다. 치료는 금방 끝났다. 비용은 예상대로 20만 원 정도 들었다. 쓸데없이 돈 쓴 것에 민수 씨는 괜히 심술이 난다.


돌아오는 주말 청국장집에 갔다. 주인장을 바라보는 민수 씨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 아내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어김없이 수북하게 보리밥이 나온다. 구수한 청국장도 보글보글 평소대로다.


주인장이 다가온다. 맛있게 드셔유. 눈웃음 짓는다. 아내가 마주 보며 웃는다. 주인장이 한숨을 쉰다. 아내가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지난주 손님이 음식 먹다가 돌을 깨물었는데, 치아 치료비를 자그마치 기백만 원이나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게 손님들 많아서 그래 하는 수 없이 물어줬다는 것이다. 세상에나, 그런 일이, 라며 아내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주인장 이어서 하는 말이 더 놀라웠다. 그런데 그 사람 상습범이지 뭐예유. 저기 윗집 코다리집도 당했대유, 라며 울분을 토한다. 아내는 나를 쳐다본다. 민수 씨는 왠지 모르게 범인이라도 되는 양 고개 숙이고 말없이 보리밥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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