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일기

15. 부식

by EAST

월 1회 부식이 나온다. 회사에서 1인당 매월 25,000원을 부식비로 지급한다. 여기서 회사라 함은 본사가 100% 출자해서 만든 자회사를 말한다. 우리는 자회사 소속이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본사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고용한 것이다. 기존에 용역 회사에서 고용, 파견했던 것에서 바뀐 것이다. 경비, 미화, 시설, 안내 직군이 이에 해당된다.


공용 물품인 물티슈, 갑 티슈, 믹스커피 등을 제하고 남은 부식비로 각 조마다 한 달간 먹을 부식을 신청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고르려니 신청하는 게 서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장 많은 것이 컵라면이다. 출출할 때 한 끼 때우기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야간 근무 때 후후 불어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그다음이 멸균우유다. 경비실 오기 전에는 거의 먹어 본 적 없던 제품이다. 하지만 먹다 보면 길들여진다. 생각보다 맛있다. 본사 1층 북카페에 있는 커피 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빼와서 함께 타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만한 카페라테로 변신하는 멋진 놈이다. 나머지는 계절 따라 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여름철엔 이온 음료와 아이스 티가 많아지고, 우유보다 두유를 많이 신청하는 조도 있다.


초창기에 부식은 조별 구분 없이 공통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조별 신청으로 바뀐 이유는 오래전에 근무했었던 특정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부식을 집에까지 가져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조별 신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식이 도착하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조별로 구획된 냉장고 안에 우유, 두유, 음료 등을 차곡차곡 쌓는 묘기를 부린다. 이때 다른 조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잘 쌓아야 한다. 찬장도 마찬가지다. 컵라면과 즉석밥 등등을 그 좁은 찬장에 까치발 서고 낑낑대며 쌓을 때면 등줄기로 땀이 주르륵 흐른다.


서로 친한 조끼리는 부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편하게 맘대로 꺼내 먹으라며 말해준다. 그럴 때면 고맙다. 먹성 좋은 내가 속한 우리 조는 부식이 모자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조에 비해 많이 줄어 있는 부식을 보면 앞으로 어쩌지, 하는 심정이 된다. 자연 다른 조 부식에 눈길이 간다. 냉장고 열고 쳐다보고 있다가 교대차 근무 들어온 조원과 눈이 마주친다. 뻘쭘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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