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무슨 색일까?

내맘대로 일기 48

by EAST

Ubermensch. 내가 재미있게 구독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어느 날 작가의 글 하나가 번쩍 눈에 띄었다. 지피티에 자기의 색깔이 무엇인지 물어봤다고 한다.

https://brunch.co.kr/@w-ubermensch/233


AI가 하다 하다 그런 것도 다 할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랐다. 궁금했던 나. 즉시 내가 썼던 에세이 일곱 편을 올리고 이 글에서 떠오르는 색깔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1. 따스한 온기를 머금은 남색(Indigo)과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의 갈색(Sepia)*

2. 강렬한 태양 아래의 오렌지(Burning Orange)와 폭풍전야의 잿빛(Ash Grey)

3. 안개가 걷힌 뒤의 투명한 하늘색(Cerulean Blue)과 세월이 깃든 무거운 구리색(Copper)

4. 깊은 밤의 벨벳 블랙(Velvet Black)과 그 위를 수놓는 선명한 루비 레드(Ruby Red)

5. 서늘한 연회색(Cool Grey)과 그 기저에 깔린 단단한 벽돌색(Terracotta)

6. 경쾌한 샴페인 골드(Champagne Gold)와 반전의 민트 그린(Mint Green)

7. 안정감이 느껴지는 올리브 그린(Olive Green)과 결단이 담긴 딥 네이비(Deep Navy)


맙소사. 이렇게 다양한 색이 내 글에 있었다고. 더더군다나 글마다 2개씩의 대표 색만 알려준 게 이 정도였다니. 대표 색깔 외에 잔잔한 색깔이 더 있는데 원한다면 기꺼이 더 자세하게 알려준다나. 급히 손사래 쳤다. 아니 어쩜 이렇게 같은 색이 하나도 없지,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색깔 앞의 예쁜 형용사들, 대체 너희들 어디서 온 거냐, 정체가 뭐냐, 싶었다. 솔직히 풍부한 어휘력에 살짝 시샘도 났다.


내가 쓴 글임에도 이런 색을 품고 있었다는 게 낯선 느낌도 들었다. 내친김에 내 마음에 대해 쓴 5개의 짧은 시 역시 궁금해진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무슨 색깔이 보여,라고 물어본다.

1. 잿빛(Grey) 혹은 차가운 감청색(Deep Blue)*

2. 검붉은 색(Maroon) 또는 빛을 잃은 구리색(Copper)

3. 차가운 은색(Silver)과 투명한 비닐색

4. 선명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비비드 옐로(Vivid Yellow)와 스카이 블루(Sky Blue)

5. 아주 깊고도 맑은 유백색(Milky White)과 심해의 남색(Midnight Blue)


앞서의 긴 글보다는 수려한 형용사가 많이 빠졌지만 척척 색깔을 끄집어낸다. 족집게다. 1~3번은 각각 내 조급함과 허세, 그리고 착한 척하는 마음을 꼬집은 시였다. 4~5번은 씩씩함과 상냥함을 다루었는데 역시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는 색이 밝아진다.


도대체 왜 이리 색깔이 많은 거야? 하긴 외국인들이 한글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색깔과 관련 있다고 한다. 번역가들조차 이 부분 고민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빨간색의 문학적 표현들만 해도 그렇다. 발그레하다, 발그스름하다, 뻘겋다, 벌겋다, 붉으락푸르락, 발그죽죽하다 등이 있다. 우리조차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기가 퍽 난감한데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오 마이 갓을 외칠 게 분명하다.


이 많은 색깔들 중에 나는 과연 어떤 색일까? 카멜레온처럼 시간과 환경 등 상황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같은 색이고 싶다. 검은 머리 파뿌리 같은 고져스한 silver색 될 때까지.


* 본문에 등장하는 색채 묘사는 ChatGPT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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