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56
신혼여행 때나 가지, 안 그러면 해외 못 간다며 속초 거쳐 경주로 국내 신혼여행 계획 짜고 있는 민수 씨를 친구들은 말렸었다. 고집 센 민수 씨는 나중에 허구한 날 가게 될 텐데 뭔 걱정이냐며 말리는 친구들을 외려 딱하듯이 쳐다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물 건너, 하다 못해 제주도조차도 아내랑 한 번 가지 못한 민수 씨는 30여 년 전 좀 더 적극적으로 뜯어말리지 못한 친구들이 살짝 밉다. 아니 그때 친구들 말 듣고 하와이 와이키키해변을 갔어야 했어,라고 최근 들어 간혹 후회가 된다. 아내는 오늘도 동남아 단체여행 패키지를 소개하고 있는 TV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렇게 좋대유.”
“뭐가?”
“베트남이유, 싸고 먹을 것두 많구. 하롱 뭐시든가 경치도 끝내주구.”
“거기 더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내는 무심하게 다시 TV로 눈길을 돌린다.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가, 아내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 반면에 민수 씨는 여름이 질색이다. 민수 씨 기준으로 1년 내내 여름인 동남아는 그래서 돈 써 가며 일부러 그 더운 곳에 굳이 가는 건 뭐야, 타박받는 곳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떨어지는 곳, 캄보디아였던가. 40도가 넘는 기온과 피부에 쫙쫙 감기는 습기는 잠시 여행을 온 것일 뿐이라고, 이 또한 지나가 리리, 아무리 속으로 최면을 걸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몰라 따로 준비해 둔 두 벌의 반팔 셔츠를 10분도 채 되지 않아 다 갈아입었던, 하지만 소용없었던 기억들. 첫날 살인적인 고온다습에 단단히 덴 민수 씨는 결국 관광이고 뭐고 호텔 밖에 나가지 않고 이틀 동안 홀로 객실에서만 머물렀었다. 회사 단체여행의 끔찍한 기억이 있던 곳, 민수 씨에게 동남아는 그런 곳이었다.
“이 맘 때가 그렇게 좋대유.”
“좋기는 개뿔.”
“봐 봐유. 그럼 저 사람들이 거짓말 하겠슈.”
지금 베트남은 아주 좋은 날씨라며 하와이안 셔츠 입고 쇼 호스트 둘 아주 지들끼리 신났다. 하롱베이의 웅장한 기암괴석들이 그들의 꺄! 환호성 소리에 맞춰 짜잔 펼쳐진다.
“가격도 싸대유.”
아내의 말없는 환호성 소리까지 가세한다. 민수 씨 슬슬 구미가 당기는지 TV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정 무렵 도착한 다낭국제공항. 쾌적한 저녁 봄바람이 민수 씨의 불안해 보이는 어깨를 살랑 어루만져 주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