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57
아내는 손이 큰 편이다. 고기 생각 나 장에 가면 삼겹살 1kg은 예사고, 수육용 앞다리살 서너 근도 가볍게 집어온다. 그 많은 걸 누가 먹냐고, 나무래도 한 2~3일 천천히 먹으면 돼유, 대꾸한다. 그렇다고 아내가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 많은 양은 민수 씨 차지다. 이거야 원, 소 키우는 것도 아니구. 말은 그러면서도 민수 씨 한쌈 가득 싸서 입에 넣고는 좋아 죽는다. 시원하게 콜라 한 잔 마시고, 거나하게 트림 한 번 한다.
집 난방도 그렇다. 난방비 아낀다고 옷 두세 겹 껴입고, 어이 추워, 발 동동거리는 것을 못 본다. 자고로 집이란 건,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돌아와서 얼었던 몸 푹 녹이는 곳이어야 한다고 아내는 생각한다. 밖에서야 신경 써서 일하는 건 당연하지만, 집에서까지야 뭘, 그런다. 푹 쉬는 곳, 난방비 걱정 말라며 펑펑 땐다. 러우전쟁으로 에너지 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쳐도, 미국이 이란을 향해 미사일 쏟아부어 기름값이 출렁대도 아내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민수 씨가 안절부절못한다. 우편함에 꽂혀 있는 관리비 청구서를 다른 집과 비교해 본다. 이리저리 빼 봐도 우리보다 많은 곳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어떤 집보다는 2배나 더 많다. 같은 평수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안 되겠다 싶어 오늘 민수 씨는 퇴근한 아내를 붙잡고 말한다.
“좀 줄여야 되겠어.”
“몸무게유?”
민수 씨 세모 눈으로 관리비 청구서를 들이민다.
“많이 나왔어유?”
“내가 봤는데. 옆 집은 우리보다 20만 원이나 적어. 그리고 15층 있잖아. 거기는 말도 마. 우리 반 밖에 안 돼.”
“그 집은 겨울에 어치케 산대유?
“지금은 없으니 애들 방 두 곳 난방 밸브 잠그면 조금이라도 줄지 않겠어.”
그 말에 아내가 뚱허니 답한다.
“헬스장, 두 달째 가지 않았잖여유. 그거나 끊어유, 월 4만 원이구먼유.”
민수 씨는 괜히 말 꺼냈다 싶어 쪼르르 거실로 내뺀다. 그나저나 운동 간지 아득하다는 생각에 헬스장비 아까워서라도 저녁 먹고 당장 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