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일기

17. 창립기념일 행사

by EAST

이른 오전부터 바쁘다. 파도가 덮치듯 차들이 밀려 들어온다. 본사 창립기념일 행사가 있는 날. 요 며칠 행사 준비 차량이 수시로 오가더니 드디어 개봉박두. 행사 당일이 되었다. 이 날은 행사 참석차 전국 지사에서 온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꽉 들어찬다. 1년 중 가장 많이 혼잡할 때다. 여기저기 이중 주차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한 차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 외부에 주차를 하고 들어온다. 물론 딱지를 떼일 각오는 해야 한다.


지사에서 올라온 직원들의 표정은 환하고 들떠 있다. 상을 받기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는 추측한다. 행사 끝나고 커다란 폼 보드를 들고 있는 지사 직원을 목격했던 경비원이 그 폼 보드에 우수 직원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분명 적혀 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폼 보드가 없더라도 직원들 손에는 기념품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쇼핑백이 하나같이 묵직하게 들려 있었다.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자회사 소속인 우리는 창립기념일 행사가 별도로 없다. 물론 창립기념일 휴무 역시 없다. 남의 잔치 몸만 고되지 흥이 날 리 없는 이유다.


행사 끝나고 점심 무렵이 되면 오전과는 반대로 식사하러 나가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줄을 길게 선다. 본사 정문 앞은 삼거리라 신호를 받아야 하는데, 좌회전 신호가 켜지고 예닐곱 대 정도만 지나가면 다시 빨간불로 바뀐다. 빨리 바뀌는 편이라 성격 급한 직원은 부아앙! 하고 급출발을 하게 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간혹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고는 한다. 직진차와 좌회전차가 서로 부딪힐 뻔한 적이 많다.


행사는 일찍 끝나지만 모처럼 올라온 지사 직원들과 본사 직원들 간의 회포 푸는 시간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 자정이 다 된 시각.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목소리가 높다. 낯익은 본사 직원도 보인다. 기분 좋게 술 한 잔 걸친 직원은 대리 불렀어요, 하며 주차장으로 사라진다. 이윽고 총총걸음으로 대리기사들이 속속 당도한다. 마지막 차가 나가고 자동으로 여닫히는 정문 방범문의 버튼을 누르며 경비원은 하품 한 번 크게 한다. 시끌벅적한 기념 행사가 이로써 막을 내렸다. 본사는 캄캄한 정적에 둘러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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