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61
“에이, 그래도 남자는 디젤이지. 힘 좋고 연비 좋고.”
민수 씨는 친한 친구인 고등학교 동창들 4명과 술 한 잔 하는 중이다. 이번에 전기차를 샀다는 지성 씨의 자랑 뒤에 민수 씨가 던진 말이다.
“야, 요즘 환경 규제 얼마나 심한데, 디젤은 무슨.”
맞은편에서 막 익은 삼겹살 한 점 먹던 재철 씨다.
“맞어, 요즘 디젤은 찬밥이지. 그래서 나도 전기차 아니면 하이브리드로 넘어가려구.”
민섭 씨가 거든다.
“전기차, 말 많아. 거 지하주차장에서 말여......”
민수 씨는 새로 전기차 뽑은 지성 씨가 걸렸는지 말을 하다 만다. 이제 갓 뽑은 사람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민수야, 그거 다 옛날 얘기야, 이젠 많이 좋아졌어.”
지성 씨가 살짝 기분 나쁜 투로 말한다. 민수 씨는 지성 씨 어깨를 한 번 두드린다. 악의가 아니었으니 마음 상하지 말라는 뜻. 오랜 친구라 그 정도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서로 씩 웃고는 넘긴다.
“하이브리드 차 좋아. 연비도 좋구. 전기차가 거시기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
하이브리드 차를 실제 몰고 있는 재철 씨의 말이다.
“맞아. 하이브리드도 좋은데 요즘 전기차는 보조금 많이 주잖아. 차 값이 많이 떨어져서 말이야. 암튼 고민이다. 캬! 쓰다. 오늘 소주가 왜 이리 쓰지.”
민섭 씨는 소주 한 잔 털어놓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네 남자들의 자동차 논쟁은 결론 없이 끝나고 자정 무렵 서로 헤어진다. 민수 씨 택시를 탄다. 공교롭게도 전기차다.
“기사님, 전기차 어때요? 탈 만한 가요?”
“아! 너무 좋아요. 엄청 빠르고, 기름값도 휘발유랑 비교하면 절반도 안 드는 거 같아요. 왜요, 사시게요?”
“사기는요. 그냥, 물어봤어요.”
말은 그렇지만 지성 씨의 날렵하다는 전기차가 잠깐 떠올랐다 사라진다.
다음 날 아침.
“큰일 났구먼유. 전쟁이 났슈.”
어제 마신 술로 속이 불편한 민수 씨는 아내의 호들갑에 눈이 떠졌다. 일요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 뉴스에서는 기름값 폭등을 경고하고 있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곧 넘길 것이라고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가만있어보자. 그럼 기름값은? 디젤 예찬론자 민수 씨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이참에 전기차로 바꿔야 하나, 가격은? 보조금은 또 얼마일지 궁금해지는 민수 씨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