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60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무려 두 달 넘게 헬스장을 가지 않았다. 헬스장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를 매일 속삭였다. 그런데 막상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해야 할 숙제를 미룬 채 실컷 컴퓨터 게임을 하는 학생의 마음처럼 찜찜함이 계속 남아 있었다. 헬스장은 가지 않으면서도 산책은 곧잘 갔다. 산책이라도 했으니 됐지 뭐, 하며 마음속 죄책감을 달랬다.
문득 나는 왜 헬스장을 가지 않는 것일까? 산책을 가지 않을 때는 정작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헬스장에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비용 때문일까? 헬스장 이용료는 월 3만 5천 원이다. 그러니까 이 사용료가 아까워서? 그리 크지 않은 돈 같지만 두 달이면 7만 원이요, 석 달이면 돈 10만 원 가까이로 불어난다. 하지만 외부 헬스장과 비교하면 무척 저렴한 편이고, 한 달 비용을 일(日)로 나누면 하루 고작 1,200원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헬스장비가 아까워서 드는 생각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 죄책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연초 계획에는 항상 몸무게를 줄이자는 목표가 포함된다. 어떤 해에는 닿지 못할 까마득한 과감한 목표가, 또 다른 해에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숫자가 적힌다. 한 번도 다다르지 못한 나의 숫자를 보면서 이게 대체 뭔 짓이지, 하고 스스로에게 짜증을 낼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타이르고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보자, 로 타결을 본다. 이렇게 이루지 못한 목표는 아마 나도 모르게 부담감으로 작용했으리라. 그래도 조금씩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푸념 섞인 위로도 해가 갈수록 소용없어진다. 또한 해가 갈수록 삐그덕 대는 내 몸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는 무한반복에서 나는 그만 고삐를 놓치고 길을 잃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운동은 마치 하기 싫은 숙제처럼 내 안에 점점 쌓였던 것이다.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처리하지 못하자 헬스장 가야지,라는 말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 말을 하면 높은 산만큼 쌓인 숙제가 뚝딱 해결될 것처럼 말이다.
매번 가야지, 마음 품고 나서지 못한 발길, 오늘 기어이 헬스장으로 향했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속으로 대단하다, 감탄한다. 저이들은 어떻게 저렇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지, 달려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그들의 표정이 환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랑방 온 것처럼 편안하게 즐기면서 운동하고 있다는 게 한눈에도 보였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는 아하!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에게 헬스장 가는 건 그러니까 밥 먹듯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일상(日常)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삶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트레드밀에 올라간다. 창 밖에 진달래가 환하게 반긴다. 어느새 봄이 활짝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