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일기 59
민수 씨는 오전 6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오후 출근이라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만 저절로 눈이 떠졌다. 지난 이틀 동안 조간 근무라 새벽같이 일어났기 때문에 몸이 알아서 깨어난 것이다. 이럴 필요 없는데. 쩝. 구시렁대며 일어난다.
아내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더 바쁜 탓에 진즉 일어난 모양이다. 그제야 어제저녁 아내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내일 아침, 혹시 일찍 일어나면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 프라이랑, 햄 좀 볶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이윽고 계란이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다. 그 틈에 도마 위에 있던 햄을 썬다. 양파가 있길래 같이 볶으려고 다듬는다. 커피를 내린다.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니, 음 제법이군, 스스로 놀라며 싱크대와 전기레인지 사이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양파 볶는 냄새가 좋다. 그 사이로 커피 향이 섞인다. 햄을 넣는다. 치지직. 기름에 볶이는 소리가 통통 튄다. 덩달아 빨간 햄들도 튄다. 싱크대 위 작은 창문을 연다. 이른 아침의 봄바람이 깜짝이야, 훌쩍 넘어온다. 하지만 겨울바람처럼 사납지 않다. 바람과 함께 새소리도 따라온다. 새들도 봄을 알아채고 흥겹게 노래한다. 아침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고, 웃니 아래 이 닦고, 흥얼흥얼, 뜬금없이 민수 씨는 이 노래를 부른다. 피식 웃는다.
핸드폰을 켠다. 노래를 튼다. 요즘 자주 듣는 로이 킴이다. 젊은 사람이 제법이다. 사랑을 이렇게 넉넉하게 표현할 줄 알다니. 반복 재생 버튼 누르고 볼륨 올리고 노래에 집중한다. 레인지 후드 윙윙 돌고, 그래 그게 바로 사랑일 거야, 로이 킴 감미롭고, 햄은 잘 익어가고, 환상의 앙상블이었다.
그때였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흐른 채, 옷으로 간신히 몸을 가린 채, 두 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아내가 민수 씨 앞에 나타났다.
“시방, 뭐해유!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아유.”
뒤집개를 손에 들고 민수 씨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작 그만, 얼어붙었다.
“제발 수건 갖다 달라고. 수건이유.”
민수 씨 뒤집개 손에 쥔 채 후다닥 세탁실로 달려간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굵은 글자는 노래 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