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갈등
조직이 크든 작든 간에 갈등은 꼭 생긴다. 그것은 나이가 많든, 사회 경력이 풍부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인간관계가 있으면 필연적으로 갈등은 존재한다. 갈등(葛藤)은 한자어로 칡 갈 자에 등나무 등자를 쓴다고 한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는다 하여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히고설킨 형국을 나타내는 말인데,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겪어 본 바에 따르면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유형은 불성실한 업무 태도다. 그것은 경비원이 하는 일을 하찮은 것처럼 생각하고 그저 적당히 하면서 시간만 때우면 그만이지,라는 식으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그에게는 그 어떤 긴장감이나 사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일을 잘못해도 그럴 수 있지, 그게 무슨 큰 일이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이러면 같은 조 동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피해 사례 중 하나. 휴일 근무 때다. 휴일이면 직원이든 아니든 모두 정문 출입 일지를 적는다. 오전임에도 차들이 꽤 들어왔다. 핸드폰 만지작 거리고 있던 경비원, 업무차가 나가는 것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언뜻 3명이 탄 것 같았고, 방금 전 들어온 부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적었다. 그런데 일이 안되려 그랬는지 마침 본사의 차량 담당 직원이 업무차 나간 것 목격. 경비실에 전화. 누가 업무차로 나갔는지 물어본다. 근무 교대한 다른 경비원. 그대로 불러줬다. 전화 끊고, 영 이상하다 싶어 관제시스템 쳐다보며 일일이 대조했다. 아뿔싸! 들어온 것으로 알았던 부서는 정작 들어온 적 없고, 업무차 타고 나간 부서는 다른 팀. 그것도 4명. 아찔했다. 허위 보고한 셈. 이렇게 비슷한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다들 사회 경험이 많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알아서 하겠지, 하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게 악용된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아니던가. 금방 눈치챈다. 처음에는 한두 번 충고를 한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포기한다. 결국 상대를 하지 않는다. 형식적인 대화만 오간다. 팀 분위기 냉랭해지고, 팀웤이 깨지고, 그런 분위기 견디다 못해 연말 누군가 조를 바꿔 달라 신청하거나 전근 신청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나이 50 중·후반이면 일자리 찾기 어렵다. 그 전 직장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직급이었는지 모른다. 중요하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어렵게 구한 일자리, 거창하게 비전이나 꿈을 논할 나이는 이미 지났더라도 최소한의 직업의식은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갈등이 적어질 텐데, 매년 악순환이다. 배배 꼬인 꽈배기는 맛이라도 있지, 쓸모도 없는 갈등이란 녀석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