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정년퇴직
우리 경비원의 정년은 만 65세이다. 요즘처럼 장년층의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본다면 아주 축복받은 일자리, 꿈의 직장인 셈이다. 조촐한 퇴임식이 준비된다. 감사패와 꽃다발, 그리고 그간 고생했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짧게는 3~4년, 길면 10년 넘게 근무한 경비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연말이라 분위기가 들떠 있는 퇴직 당일이다. 조용히 근무 다 하고 나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어른을 본다는 느낌이 든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제 할 일 다 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뒷모습에는 묵직함이 배어있다. 닮고 싶은 모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발표한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5세다. 65세 퇴직한다고 해도 아직 앞 길 창창한 나이다. 그래서 퇴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은 서둘러 다음 일자리를 알아본다. 본사에는 신용카드 배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개중에는 70 가까이 된 분도 있다. 마침 잘 되었다. 안성맞춤이다. 경비실로 초대한다. 따뜻한 차 한 잔 내드린다. 일은 어떠냐, 힘들지 않냐, 월급은 어느 정도냐, 나이 든 사람 많냐, 오래 할만하냐, 속사포같이 물어본다.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할 만하다, 그래서 신청자가 많아 경쟁이 높다, 매일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일거리로 하기 좋다 등등 답변이 오간다. 결국 조그만 빌딩 관리하는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는 후문이다. 돌고 돌아 다시 경비원의 삶이 시작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층 일자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년 연장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우리 역시 노사 단체협약 때 주요 쟁점 사항이다. 경비원은 고령 친화적인 대표 직종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직업이다. 남자 경비, 여자 미화로 대표될 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령층이 활발히 활동하는 영역이다. 이제 남은 인생 즐기라는 자식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직 후의 일거리가 경비, 미화 말고도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80 넘어서도 나 자신이 꿋꿋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내 인생에 있어서 정년이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