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반장 승진
매년 연말이면 정년퇴직으로 공석이 발생한다. 많은 곳은 5~6명, 적은 곳은 1~2명이 자리를 떠난다. 빈자리는 신규 임용하거나 다른 지사에서 전근 신청을 받아서 메꾼다. 그런데 반장이 공석이 생기는 경우 임용하기 전에 먼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승진을 시킨다. 반장 공석이 많으면 좋겠지만 4명 있는 반장 자리가 해마다 나오지 않고 운 나쁘면 아예 1명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반장 승진은 경쟁이 높은 편이다.
공식적으로 반장 신청 자격은 제한이 없다.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교통정리가 필요해서 암묵적으로 조원 중 선배 격인 선임이 신청하는 게 관례라면 관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후임이라도 신청하면 따로 막을 방법은 없다.
선임이 신청한다는 것은 근속 연수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반장은 조원 중 오래 근무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고, 평판이 아주 나빠 반장 될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무리 없이 반장에 뽑힌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관례는 우리들만의 것이고, 우리를 고용한 자회사는 1차 서류 전형과 2차 면접이라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반장을 선발한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강조한다. 그래야 공정성 시비 등 혹시 모를 불상사를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반장 신청은 선임 4명, 후임 4명, 모두 8명이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근속이 6개월 미만 등으로 아주 짧은 사람이라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지만, 1년 가까이 되는 사람은 슬쩍 욕심이 생길 만도 하다. 그래서 반장 면접 때까지 누가 지원했는지 전혀 모른다. 반장 면접일은 회사에서 공가 처리해 줘서 당사자가 공가를 신청하면 그제야 아하! 아 사람이 반장 신청했구나를 알게 된다.
선임들끼리 근속 연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하면 누가 반장 될지 예상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1년에 한 차례 상호 직원 평가가 있는데, 그때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고들 했다. 1~2년의 근속 연수 차이는 면접에서 한방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연말이면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이유다. 반장 신청한 조는 서로 예상 질문지를 뽑아주고, 모의 면접도 봐주고 아주 정성이다. 우리들만의 선거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