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로또 순례Ⅸ(최종)
전국 내로라하는 로또 성지를 전국 투어하듯이 다녔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 성지는 놀랍게도 다름 아닌 인터넷 복권 판매 사이트, 즉 동행복권 사이트다. 1등 당첨 횟수만 봐도 이는 자명하다. 2025년 9월 기준 1등 당첨 횟수는 동행복권 사이트가 97회(공식 집계를 하지 않아 통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로 압도적 1위다. 전국 오프라인 1, 2위 판매점의 당첨 횟수가 각각 50회 정도로 추정되니까 약 두 배 정도로 앞선다. 2018년 12월 2일부터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었으니 한참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신기록이다. 2002년에 처음 도입된 로또 역사가 23년 정도 되었는데, 불과 7년 된 신생 온라인 복권 판매 사이트가 쟁쟁한 오프라인 판매점들을 물리치고 왕좌를 석권한 셈이다. 가히 혜성처럼 나타난 루키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애써 로또 판매점에서 구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온라인에서는 1인당 겨우 5,000원까지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오프라인 판매점처럼 1인당 10만 원까지로 구입 가능 금액을 늘렸더라면 상황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전국의 그 많은 판매점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전 국민에게 사행심 조장한다,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토요일 오후 5시. 동행복권 사이트에 접속한다. 복권구매 버튼을 누른다. 구매창이 두둥 뜬다. 침을 꼴깍 삼킨다. 자동으로 번호를 추천받을지, 수동으로 번호를 모두 고를지, 아니면 반반으로 할지 잠시 고민한다. 자장면, 짬뽕 중 어느 것을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의 심정이다. 이번엔 짬짜면, 반반으로 결정한다.
45개의 숫자 중 2개만 고르고, 나머지는 자동에 운을 맡겨 보기로 한다. 가만있자, 2개의 숫자를 어떻게 고르지? 그렇지! 당첨통계를 보면 최근 5주간부터 15주간까지 단 한 번도 출현하지 않은 숫자를 사이트에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15주간 미출현 번호를 선택한다. 짜잔. 30, 34, 43, 44. 지난 넉 달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숫자가 무려 4개나 된다고? 4개의 숫자를 퍼즐 맞추듯 요리조리 넣어가면서 6개 숫자를 완성한다. 최종적으로 구매하기 버튼을 딸깍 누른다. 참 쉽다. 나가서 줄 서지 않고서도 클릭 한 번만으로 뚝딱 사다니. 것도 전국 최고의 로또 성지에서 말이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기다리는 마음, 시로 한 번 담았다. 이로써 로또 순례 대장정. 끝.
간밤 꿈 상서로워 로또 사러 나서 본다.
주말 오후 인산인해 1등 당첨 수십 번.
오천 원 권 일만 원 권 심지어는 오만 원 권.
지폐 색깔 다 달라도 원하는 건 다 똑같네.
차를 살까 집을 살까 회사 당장 그만둘까.
홀로 잔뜩 부푼 꿈 차례 오길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