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일기 15
AI가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기사를 보면 온통 AI 얘기뿐이다. 반도체 전통 강자인 우리나라 역시 AI 세계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니 말이다. 그렇긴 하지만 대체 AI가 뭐란 말인가? 핸드폰으로 AI 검색 정도는 해봤다. 예전에는 글로 검색하고 글로 결과물을 보았지만 이제는 음성으로 검색하고 음성으로 답을 듣는 정도. 그게 뭐 어쩌라고. 뭘 모르니까 괜히 호들갑 떤다는 느낌만 강하다.
게다가 뭐든지 AI를 갖다 붙인다. AI 가상융합, AI 공공서비스, AI 복지, AI 헬스케어,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소버린 AI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참 힘들다. 그러니 AI가 들어가지 않으면 괜히 뒤처지는 것 같다.
실제로 2025년 3월 이탈리아에서는 AI로만 100% 제작한 신문을 발행했을 정도라고. 심지어는 AI에 의한 인류 멸망설이 돌기도 했다고. 터미네이터나 미션 임파서블이 영화적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니 괜히 으스스하다.
컨디션이 별로다. 운동하기도 성가시다. 그래도 억지로 헬스장 간다. 트레드밀 올라탔다. 트레드밀이 순식간에 나의 맥박수와 뇌파, 얼굴 표정을 탐지, 내 기분이 별로라는 것을 알아챈다. 눈앞 화면에는 그 즉시 역동적인 F1 경주 장면이 펼쳐진다. 웅장한 엔진소리는 내 심장을 들끓게 한다. 가라앉았던 기분이 점점 들뜬다. 트레드밀은 화면에 맞춰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마치 F1 드라이버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는 근력 운동. 추천 코스를 알려 준다. 올바른 자세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이 운동의 효과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때 피지컬 AI에 의해 구현된 헬스 로봇이 잘못된 내 자세를 고쳐주려고 다가온다. 로잉머신에 앉은 내 뒤로 가더니 나를 감싸듯이 안는다. 그리고 로잉머신을 움직인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세심하게, 조심스럽게 뒤에서 자전거 잡아주며 가르쳐 주듯이. 그렇게 십여 차례 동작을 반복했다. 직접 같이 하니까 확실히 금방 알 것 같았다. 고마워요. 이제 됐어요,라고 뒤돌아 보며 말했다.
으악! T-800.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의 저항군 대장 존 코너의 엄마인 사라 코너를 죽이러 온 로봇이다. T-800은 멈출 줄 모르고 점점 빨리 로잉머신을 움직이며 몸을 옥죄었다.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이제 그만! 소리 질렀다. 발버둥 치며 잠에서 깼다. 어리둥절했다. TV 속에서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AI 로봇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