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업무차
본사에는 약 40여 대의 업무 차량이 있다. 상당수는 전기차이지만, 승합차나 대형버스 등 일반 차량과 하이브리드와 수소 차량도 더러 있다. 공공 기관이라 정부의 환경 정책에 적극 따라야 해서 친환경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차가 많다 보니 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경비원은 업무차가 나갈 때 업무용 차량 출입 일지를 기록해야 한다. 업무차는 하루 평균 약 20회 정도 나간다. 업무차가 나가려고 하면 다가가서 업무용 차량 출입 일지를 건넨다. 그러면 직원은 소속과 이름, 동승자와 출차 시간을 적어서 돌려준다. 반대로 입차할 때는 우리가 들어온 시간만 적으면 된다.
차를 멈추고 불편한 자세로 적자니 차량 일지 속 글자들은 개발새발이다. 또 적어야 할 것을 빼먹고 적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때부터 우리의 수수께끼 풀이가 시작된다. 꼬부랑글씨로 써 놓아서 당최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이름을 놓고, 아무개임에 틀림없다, 그럴 리 없다. 남자 이름이지만 그 사람은 사실 여직원이다,라는 깨알 정보로부터 시작해서 3명이 탔네, 아니다, 내가 똑똑히 봤는데 분명 4명이었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결국 해당 차량이 들어오면서 정답자가 가려진다.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또 몇 명인지 두근두근 쳐다본다. 엄청난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닌데도 그것을 맞춘 경비원은 괜히 어깨를 으스댄다. 때론 그런 소소한 일이 우리를 재미있게 만든다.
전국적으로 지사가 있어서 각 지사의 업무차 출입도 빈번하다. 어지간하면 출입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서 출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그 차량이 업무 끝나고 나갈 때이다. 멀리서 업무차가 나가는 게 보이면 우리는 차량용 업무 일지를 먼저 챙긴다. 그리고 다가가서 건네곤 하는데, 업무차는 같은 차종이 많아서 생김새가 똑같다. 본사 소속인지 지사 소속인지 구분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번호판을 보고 판별할 수밖에 없다. 본사 소속이면 달려가 건네고, 지사 소속이면 그냥 통과시키면 되는 것이다.
멀리 업무차가 다가온다. 눈에 힘을 준다. 번호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본사다. 후다닥 다가가서 척, 출입 일지를 건넨다. 어! 이게 뭐죠? 당황한다. 그럼 덩달아 나도 이게 무슨 일, 하며 경비실을 쳐다본다. 경비실에서 웃고 있다. 아차! 지사 차량이었다. 번호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한 끗 차이다. 간혹 그런 차가 있다. 몸개그에 다들 한바탕 웃는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