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일기

8. 출·퇴근길

by EAST

출·퇴근길은 편도 20km이다. 막히지 않으면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 입사 초기에는 기름값도 아낄 겸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했다. 운이 좋게 갈아타는 교통편이 딱딱 맞아떨어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리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2시간 가까이 걸려서 결국은 승용차로 출·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조간 근무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하는 게 빠듯했다. 오지 않는 버스를 발 동동 거리며 초조하게 기다리다 간신히 출근하면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이른 새벽부터 헐레벌떡 조바심 내가며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석간 근무를 마치고 저녁 10시 30분에 회사에서 출발해 집에 오면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늦은 밤 전철을 타면 생각보다 의외로 승객들이 많다. 게다가 취객들로 인해 시끄러운 데다 술 냄새로 전철 안 공기는 무척이나 복잡 미묘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에서 시달리다 보면 집에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반면에 승용차로 다니면서 그런 불편함은 사라졌다. 게다가 경비원의 출·퇴근 시간은 일반 직장인과는 사뭇 달라서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다. 조간 근무 때는 오전 5시, 석간 근무 때는 오후 1시, 야간 근무 때는 저녁 9시가 출근 시간이라 러시아워의 출근 전쟁을 피해 가기 때문이다.


한결 여유로운 시간대라 운전하는 게 즐겁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긴장감에서 벗어나 도심을 유유히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틀어 놓고 기분 좋게 따라 부르는 일도 많다. 초록이 우거진 가로수길을 창문을 내리고 달릴 때면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이뿐인가.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과 적당히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운전하는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교외로 드라이브 나온 것처럼 마음이 두근두근 설렐 정도다. 이대로 쭈욱! 강릉으로 let‘s go!,라고 마음속에서 외치는 소리를 달래느라 혼난 적도 많았다.


아뿔싸! 너무 신난 나머지 속도위반 과태료가 간간이 날아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내 마음의 속도는 100km가 훌쩍 넘는데, 표지판은 고작 50km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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