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구내식당
경비실 바로 맞은편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영양사, 조리실장, 주방 보조 여사님 세 명, 이렇게 모두 다섯 명이 식사를 준비한다. 9시가 넘으면 솔솔 밥 짓는 냄새가 난다. 이윽고 고기 볶는 냄새가 바람 타고 날아오면 경비실에 있는 우리는 침을 꼴깍 삼킨다. 새벽 일찍 출근하는 조간 근무라 모두들 아침을 굶거나 혹은 간단히 뚝딱 해치우고 왔던 터라 더욱 회가 동한다. 멍하니 입 벌리고 구내식당을 쳐다본다.
구내식당으로 통하는 쪽문이 툭 열린다. 주방 보조 여사님이다. 두 손에는 김밥이 들려있다. 그 순간 입초 근무서던 반장이 반갑게 달려간다. 김밥 네 줄을 받아오는 반장의 표정이 득의양양하다. 간혹 구내식당에서 이렇게 김밥을 준다. 준비한 게 남으면 주는 것인데, 그 시간이 9시 30분 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대가 되면 제발 열려라, 기원하며 쪽문을 쳐다본다. 김밥이 온다, 안 온다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월요일에 제일 많이 준다, 오늘은 수요일이니 안 온다는 게 나의 주장이고, 오늘 출근하는 직원수가 적었으니까 분명 김밥이 많이 남을 것이다, 입초 근무 서던 반장의 근거 있는 추론이 갑론을박한다. 오늘은 반장 승. 반장이 득의양양한 이유다.
나름 근거를 가지고 추측한다고는 하지만 김밥이 오고 마느냐는 전적으로 구내식당 맘이다. 김밥이 남는다고 해도 그게 우리 경비실 몫은 아니란 얘기다. 구내식당 청소해 주는 미화팀도 있고, 시설 관리하는 시설팀도 있기 때문이다. 3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구내식당도 번갈아 가며 김밥을 돌리느라 머리깨나 아팠을 것이다.
구내식당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나머지 차액은 회사에서 보전해 준다. 우리는 본사 소속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매번 도시락 싸가기 성가셔서 한 번은 젊은 영양사에게 제안을 했다. 제안이라고는 하지만 통사정에 가까웠다. 60 다 된 늙은이들이 도시락 싸기도 힘들고, 또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자니 참 모양 빠진다고, 본사처럼은 아니더라도 구내식당 저렴하게 이용 좀 하자고 구구절절 얘기했다. 딱한 사정 잘 봐달라고 돌아서는 순간까지 애처로운 표정 짓는 것도 물론 잊지 않았다.
안 된다고 했다. 미화 여사님이나 시설팀에서 제 값 주고 식사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신데 그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물론 조그마한 수확은 있었다. 내 표정 연기가 그래도 조금은 통한 것일까. 그 일 이후 김밥이 전보다 자주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