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연차와 대근
4조 3교대로 운영되는 경비원은 각 조마다 3명인데, 반장 1명, 선임 1명, 후임 1명으로 이루어진다. 3명이 입초 근무, 상황 근무, 순찰 업무를 서로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만약 누군가 한 사람이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조에서 대근을 들어와야 한다. 이는 조당 3명 근무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차와 대근은 쌍둥이같이 항상 붙어 다니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차 사용하는 게 조심스럽고, 연차 사용하기 전에 먼저 대근자를 구하는 게 관례다.
대근은 16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싫어한다. 하지만 대근을 좋아하는 직원도 있다. 경비원 월급이 뻔해서 대근을 해서라도 좀 더 두둑한 월급봉투를 원하기 때문이다. 손주 장난감 값이라도 벌면 좋지, 뭘. 하며 흔쾌히 대근을 수락하는 직원이 있으면 연차 쓰기가 한결 수월하다.
연차를 사용할 때는 암묵적인 불문율이 존재한다. 설과 추석 명절 때 연차 사용 금지, 3일 연속 연차 사용 금지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대근을 좋아하는 직원이라 하더라도 명절 대근만은 피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여름휴가나 가족 여행도 아쉽지만 3박 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게 된다. 조간 2일, 석간 2일, 야간 2일 근무 후 2일 휴일이니까, 야간 2일 근무 때나 조간 2일 근무 때 2일 연차를 써서 4일 동안 다녀오는 게 룰이다. 하지만 다른 조에 폐 끼치는 게 싫다며 아예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 직원도 더러 있다.
대근 들어오는 직원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개선장군처럼 기세등등하다. 근무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기 위해 교대를 빨리 해주거나,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는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준다.
어렵사리 연차를 사용하니까 여행 다녀온 직원들도 빈 손으로 오는 경우가 드물다. 여행지에서 사 온 특산품, 대개 그 지역 먹거리를 양손 가득 들고 온다. 맛있게 먹으면서 여행 후기를 듣는 재미도 좋다. 날씨 얘기며, 음식 얘기, 사람들 사는 얘기 하다 보면, 서로들 다녀온 다른 나라 얘기가 뒤섞이고 그렇게 떠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세계 일주를 하게 된다. 교대 근무 특성상 평소 다른 조와 교류가 드문데, 연차와 대근은 뜻밖의 좋은 시간을 가져다주는 마법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