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잇선 Jul 28. 2024

1장. 나의 탄생

30살, 나의 탄생을 다시 짚어보다.

"요즘 가장 힘든 일이 뭔가요?"


30살 나는 심리상담소의 하나의 방에 상담사와 마주 앉아 있다.

방 크기는 넓지도 좁지도 않았으며, 작은 창문사이로 길 건너 건물이 보였다.

상담사와 나는 하얀색 책상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글쎄요.. 일이 좀 힘들기는 한데.. 요새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거 같아요. 예전만큼 재미있는 걸 봐도 감정이 오래가지 않고, 그때뿐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혹시 병원은 가보셨어요?"

"약을 처방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아마 꽤 오래된 우울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다. 나는 20대 마지막 아홉수를 무탈하게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30대가 되자마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었기에 당시의 하던 영업관리라는 일은 매일이 바위에 짓눌려있는 기분이었다. 매일 쏟아지는 영업해야 하는 상품들, 들어야만 하는 불평들, 사건사고들의 연속들을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꾹 참고 버티다 보니 결국 속이 다 망가져버렸었다.


"속으로 힘들다고 생각을 많이 했을 텐데, 왜 상대방에게 제대로 말씀하시지 못하신 거 같아요?"

"상대방에게 저의 반대되는 의견이나 감정을 이야기해서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다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데 오히려 제 기분만 안 좋아지기만 하거든요.."

"혹시 어렸을 적부터 그러셨나요?"


덜컥했다. 맞았다. 갑자기 잊고 지냈던 어렸을 적 기억들이 떠올랐다.

갑자기 한 명의 어린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힘든 어른의 표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