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크리스마스트리

by captain가얏고

오늘은 공구함에서 연장을 하나 꺼낼 작정이다. 하필이면 금속용 줄을 망가뜨려 경고를 받은 터다. 아니 그리 쉽게 부러질 줄 몰랐다. 장난스레 몇 번 두드리기만 했는데 두 동강이 났다.


아버지 몰래 톱을 숨겨 앞산에 올랐다. 차가운 공기가 콧속을 파고들더니 머릿속까지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유난히 날카로워 보이는 톱날이 마른 햇살에 번득인다.


미리 점찍어둔 나무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한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는 성탄절 트리로 나름 괜찮아 보였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가? 나무에는 신령한 힘이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화초와도 말을 하지 않던가. 꽃이 다 알아듣는다나 뭐라나. 나무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네본다.


“날 탓하지 마.”

“내 눈에 띈 건 네 운명이야.”


온몸에 힘을 실어 톱질을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볼 때는 쓱싹쓱싹 쉬워 보였는데, 마음 따로 몸이 또 따로다. 두툼한 밑동에서부터 시작한 톱날이 삐뚤삐뚤 휘어지고 엇나가는데, 시린 손바닥에서는 이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소나무가 기우뚱하더니 옆으로 넘어갔다. 꺾인 나무의 끝부분을 말끔하게 잘랐다. 이마에 흥건한 땀을 차가운 손등으로 훔쳤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휑한 나무 밑동을 보니 죄책감이 밀려든다.


‘바로 옆 큰 소나무가 엄마인가?’


주변의 친구 소나무도 몸을 떨며 가지를 흔들어댔다. 순간 이는 찬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텅 빈 집안, 톱부터 제자리에 두고 광에서 트리를 세울 양동이를 가져왔다. 소나무가 무게중심을 잃고 벌러덩 넘어간다.


마침 아버지가 쓰고 남긴 벽돌로 나무를 받치고, 반짝이 줄을 빙 둘러 걸쳤다. 군데군데 방울과 종을 달고 산타 할아버지도 매달았다. 꼭대기에 큰 별을 얹는데 삐뚤어지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고생 끝에 완성된 트리를 보니 뿌듯하다. 그런데 깜박이는 전구가 빠졌다. 텔레비전에서는 밤에도 빛을 내는 화려한 트리가 아니던가. 낮이야 햇빛에 반짝이는데 밤이면 빛을 잃고 초라해질 게 뻔하다.


‘내 트리가 밤에도 반짝이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미진이가 밖에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이 숨을 죽인 채 반짝인다. 흩뿌려진 별빛 속에 황홀한 기분으로 서 있다.


“전구가 없으면 뭐 어때.”

“내 별은 저 위에 저렇게나 많은걸.”


아이는 별을 가슴에 담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밤은 깊어지고 마당 위로 하얀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소리 없는 함박눈이 외딴집을 포근히 감싸며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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