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붕어 김치찌개

by captain가얏고


“점심으로 매운탕 먹을까?”

“딱 좋죠. 얼른 가서 잡아 와요.”


한겨울 육남매의 매 끼니를 고민하는 어머니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다.


“미진아, 고기 잡으러 가자.”

“추운데?”

“그럼 아빠 혼자 간다.”

“쫌만 기다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나지막한 산 하나를 넘으면 연꽃을 가득 품은 저수지다. 산마루를 오르니 눈밭에 얼어붙은 가지 사이로 망개나무의 빨간 열매가 유난히 붉다. 냉큼 팔을 뻗어 손끝으로 톡 눌렀더니, 숨었던 두 개의 작은 씨앗이 얼굴을 쏙 내밀었다. 한눈을 팔다가, 돌아다본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 종종걸음으로 뒤를 쫓는다.


요 며칠 계속된 추운 날씨가 저수지 안의 물을 꽁꽁 가두었다. 겨울에 묶인 연꽃 줄기 사이로 찬 바람이 스친다. 저수지 한 귀퉁이가 다시 수로로 이어지는 지점에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얼음장 밑을 탈출한 맑은 물이 잡힐까 쉼 없이 흐른다.


아버지가 막대기로 수로 가장자리에 낀 살얼음을 깨뜨려 넓은 틈을 만들었다. 가져간 양동이를 유속이 느린 쪽에 반쯤 잠기게 두었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부터 막대로 수초를 건들었다. 물살을 약하게 흔들어서 물고기를 몰기 시작했다. 차디찬 물속에 숨죽였던 민물고기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화들짝 놀랐다. 그사이 양동이로 새끼 붕어가 들어오자 잽싸게 건져 올렸다.


아버지는 미끼 없이도 물고기를 잘 잡는다. 잠깐 사이에 물고기를 한가득 모았다.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서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고는 양동이 안을 들여다본다. 억울하게 잡힌 참붕어가 우왕좌왕 탈출구를 찾기에 바쁘다.


아버지가 옆 논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꾸라지는 논바닥이 얼거나 물이 얕아지면 일정한 곳에 모여든다. 추수를 끝낸 논의 미꾸라지가 날이 추워지면서 진흙 깊숙이 파고들어 월동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얕게 뜯어내듯 파내서 진흙 속에 박혀 있는 미꾸라지를 손으로 주워 담았다.


“이만하면 됐지?”

“응, 엄청 많아.”


아버지는 그제야 만족한 듯 자리를 털고 논에서 나왔다.


"우와, 아빠 대단하다."

“추운데도 물고기가 있어요?”

“하여간 뭐든 재주가 좋다니깐.”


가족들의 호들갑에 아버지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씨익 웃는다.


어머니는 뒤뜰 항아리에 묻어둔 김장김치를 넉넉히 꺼내왔다. 잘 익은 김치에 된장을 풀어 고춧가루를 넣고 무도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어머니가 끓이는 붕어 김치찌개는 겨울철 별미다.


미진이가 하얀 쌀밥을 한 숟갈 크게 뜨고 무까지 얹어 입에 몰아넣었다. 살짝 매콤하고 달큰한 무를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는 푹 삶아진 김치를 후후 불어가며 입속에 넣었는데, 하필 물고기 가시가 따라 들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혀끝에서부터 까칠해졌을 텐데 깊은 국물 맛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아따 시원하다.”

“매운탕 하나는 참말로 끝내준다니까.”

“내가 어디 못하는 게 있고요?.”

“진짜 맛있지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꾸만 시원하다고 한다.

'뜨거운데 왜 시원하다고 하지? 뜨거운 게 시원한 건가?’

궁금증도 잠시 허기진 미진이의 숟가락질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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