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내가 왜 김씨인지 몰러유~

by 운촌

내가 왜 김씨인지 몰러유~


풍악을 울려라~~~하나 둘 하나 둘!!


오늘도 풍악을 울려라~와 안동역에서~ 음악에 맞춰 아침 체조가 한참이다. 요즘엔 수업 시작하기 전 가장 큰 강의실인 지혜반에 전체 학생이 모인다. 모두들 모이면 식구가 꽤 된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율동을 따라한다. 앞에서 선생님이 하면 순서 헷갈리면서도 한바탕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고나면 몸에 열기가 돈다. 나도 어머니들 뒤에서 열심히 따라한다.

그속에 유독 등이 굽은 초등반 영주어머님이 보인다. 등을 쫙 펴면 훨씬 젊어 보일 것 같다. 체조를 마치고 교실로 들어오는 영주 어머니에게 인사를 건네며 여쭈어보았다.


“영주 어머니, 젊을 때 일을 많이 하셔서 등이 이렇게 굽어진 거예요? 등을 펴면 훨씬 예뻐질 것 같은데요...”


“어렸을 때 마루에서 뜰팡으로 떨어지며 다쳤어. 그 시절엔 병원엘 갔나...그냥 놀라서 까무러친 아이가 깨어나길 기다렸는데 그때부터 등이 이렇게 됐댜~


말씀하시며 한숨을 크게 내쉰다.

아이가 아파도

아이가 다쳐도

약이 있었나?

병원 치료를 받았나?.....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기도 하다.


“내 그때 외삼촌 집에 얹혀 살았는데, 온갖 구박 다 받고 맞기도 많이 하고......


“어머나......그래도 외삼촌 댁 형편이 좀 나으셨었나 봐요.”


“형편이 나아서가 아니라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엄마가 외삼촌 집에 날 맡기고 도시로 돈벌러 갔었거든.

외삼촌 집도 단칸방에 여러 식구가 살았었는데,

이불 하나에 여럿이 자면

누가 밤새 오줌을 싸도

무조건 내가 맞았지.

내가 혼나고......”


“가족도 없이 어릴 때 고생 많이 하셨네요”


“그래서 내가 늘 주눅 들어 있었어요. 어른이 되도 늘 기가 죽고 주눅 들어 살았어요.


영주 어머니가 외삼촌 집에서 살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새댁이던 엄마가 시집에서 엄청 맞았단다. 시어머니에게 맞고 남편에게 맞고......

엄청난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한 어린 새댁은 새벽에 몰래 집을 나왔는데, 그 때 뱃속에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단다. 그렇게 아버지도 모른 체 영주 어머니는 태어나 외가에 맡겨지고 엄마는 도시로 일하러 나가셨단다.

10살이 넘도록 호적에도 못 올리고 살았으므로,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도 안 나왔고 학교는 구경도 못하고 자란 것이다.


“그 후에 아버지 보셨어요?”


“한 번도 못 봤지. 내가 있는 줄도 모를걸”


“그럼 외삼촌 호적에 올리신 거예요”


“아니, 우리 엄마는 조씨인데...”


“그럼 왜 김씨인 거예요?”


내가 왜 김씨인가 나도 몰라. 동네 아저씨 성을 빌렸댔나?”


아아......미치겠다.!!!!!


외삼촌 집에서 구박받으며 자란 어린 영주(나의 학생 영주 어머니)가 가여워서 미치겠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을 못 견디고 집을 나온 어린 새댁(영주 어머니의 엄마)이 가여워 미치겠다.


어쩌면 좋으냐...


내가 왜 김씨인지 모르고 살아오신 우리 착한 영주 어머니를...


그림 by 운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