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by 운촌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반숙반 수업 날이다.

중등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반숙반 어머니들은 정말 열심이다. 초등 과정에 비해 갑자기 학습 양이 많아지고 용어들도 어려워져 힘들 텐데도 열심히 수업을 따라오고 계신다.


“시상에...... 나는 첨에 플러스, 마이너스가 뭔지도 몰르고 계속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왜 안 물어보셨어요?”


“처음 수업할 땐 몰르는게 워낙 많으니......챙피시려서......”


지난번 초졸 검정고시를 합격해서 중등반으로 올라온 우리 을이 어머니는 읽고 쓰는 것도 아직 익숙지 않고, 읽고 쓰는 속도도 느려 수업의 절반은 놓치고 계실 게다. 그래도 한 글자라도 적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단하시다.


얼마 전부터 중등반 어머니들이 자꾸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교사와 더 친해지고 싶고, 평소 열심히 지도해 주니 고맙다며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으시단다. 이런 부탁은 정말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하기 참 힘들다.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영어 선생님과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젊었을 때 한 미모 했을 것 같은 영수 어머니 옆에 앉았다. 오늘의 메뉴는 점심 특선으로 나온 순두부찌개다. 식사를 하며 또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진다.


“여기 중 젤루 복 있는 이는 숙이여. 남편도 아직까지 살아있고 애들도 잘 컸고 손녀딸도 이쁘고......”


“영수 어머니, 아저씨는 언제 돌아가셨어요?”


“우리 아저씨는 40이 조금 넘어서 사고로 가셨어. 개죽음이었지. 술에 취해 무단횡단하다가 치어 죽었으니 보상금도 하나도 없었고 그때부터 내가 애들을 공부시키고 키웠지.”


“얼마나 힘드셨어요? 애들 공부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힘들었지. 여자가 혼자 새끼들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도 우리 아들은 삼성전자에 들어갔고 우리 딸은 선생이 되었어.”


“여자든 남자든 혼자되어도 색만 안 밝히면 새끼들 안 굶기고 공부도 시킬 수 있어. 색을 밝히는 사람이면 어렵지. 그렇게 못해. 아 옛말에도 자기들 두고 엄마가 남자 만나러 밤에 나갈까 봐 엄마 옷자락을 움켜쥐고 아이가 잠들면 못참는 여자는 가위로 옷자락을 자르고 나갔다쟎어.”


한바탕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다 인영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저는 빨리 중학교 과정 공부하고 시험 본 후에 고등반에 올라가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어 대학에 가고 싶어요. 제가 오랫동안 한 것이 있으니 그 전공으로 가려구요. 얼마 전에 대학 입학처에 전화해서 알아도 보았어요.”


정말 대단하시다. 그리고 인영 어머니는 분명히 해낼 것이다.

목표가 있으니 집에 가서도 복습도 하며 정말 열심히 공부하신다.


그리고 요즘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인 곳이 많아져서 만학도 입학을 지원하며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도 퇴직하며 대학에 들어갈까도 생각했었다. 지방 사립대에 교수로 있는 친구가 적극 권유해서 만학도가 되어볼까 하다가 일단은 놀고 싶어 포기했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수 어머니가 동생들에게 말씀하신다.


“나도 조금만 젊었어도 대학교도 갈 생각을 했을 거다.

너희들은 아직 젊으니 대학교 충분히 갈 수 있다.”


아하!! 80이 넘으신 학생이 70대인 동생들에게 말씀하신다.

아직 젊다고...

나는 그럼 애기다 애기~

저분들의 시간에 비하면 나는 신생아다. 뭐든지 꿈꾸고 할 수 있는 나이다.




KakaoTalk_20260217_210430890_01.png 그림 by 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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