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 인생의 사칙연산

by 운촌

내 인생의 사칙연산~



주말에 날아온 야학 교사 단톡방에 의하면 오늘 청춘학교는 외부 강사 초청 강연이 잡혀있다. 그러니 수업을 한 시간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초등반의 수업은 준비한 내용은 접고 어머니들과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요 며칠 분수 덧셈, 뻴셈, 곱셈, 나눗셈하느라 힘드셨죠?

오늘은 수학 사칙연산이 아니라 내 인생의 사칙연산을 할 겁니다.”


갑자기 나눠드린 흰 종이에 우리 어머니들 또 긴장하신다.


내 인생에 좋았던 일, 행복했던 순간들......

더하거나 곱하고 싶은 나의 추억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아프고 힘들었던 순간들......

빼거나 나누고 싶은 내 인생의 기억들을 생각하여

글을 써 볼 거예요.”


“막막한데..... 글짓기는 힘들어. 받아쓰기도 못하는데......”


어머니들 엄살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일단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미정 어머니~

떠올려 보면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참 좋았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젤로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아들 낳았을 때지. 엄청 좋았어.

백일 떡을 두 말이나 해서 남편 회사에 돌리고 했다니까....”


“젤로 보고 싶은 사람은 울 아버지. 참 인자하셨어.

엄마는 맨날 일만 시켰지만 아버지는 나 대신 무거운 물도 길어 주시고 날 아끼셨지.”


미정 어머니가 쓴 글이다.

더하기 그리운 우아버지

빼기 우리 아빠 너머 일찍 가셨어요

곱하기 아들 낳 때 내인새에서 저일좋았다

나누기 나이 들서 남편하고 미정이하 지금같 살다 가게습니다


이렇게 쓰고싶으셨던 것이다.

더하기 인자하셨던 그리운 우리 아버지

빼기 우리 아빠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곱하기 아들 낳았을 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좋았어요

나누기 나이 들어 남편하고 미정이하고 지금같이 살다 가겠습니다.




“소영 어머니는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고 또 어떤 기억이 가장 슬프고 힘드신가요?”


“나도 아들 낳을 때가 가장 좋았지.

우리 시어머니 내가 첫 딸을 낳았을 때는 서운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방을 나가더니

아들 낳았을 땐 어이쿠 아들이네 하며 좋아했지.”


“아기도 집에서 낳으셨죠?”


“옛날엔 병원이 어딨어. 배가 아파 죽겠고 애는 안 나오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벽에다 돈을 붙이며 애 빨리 나오라고 하셨어. 정말 싫었던 건 아이를 낳고 태반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나오는 거야. 나는 지쳐서 힘을 못 주니까 우리 시어머니가 머리를 쪽지었던 비녀를 뽑아 머리카락을 늘어 뜨리더니 긴 머리 끄덩이를 내 목구멍에 막 밀어 넣는 거야. 구역질을 하며 힘을 주라고. 그렇게 힘을 주면 태가 밀려 나온다고”


으악!!!!!!!!! 생각만 해도 토를 할 것 같다.

이 얼마나 무지한 행동들이었나?

정말이지 그 당시 여인들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았다.

그 와중에 아들에 대한 집착은 그 모든 것을 초월했었다.


그래 나의 시어머니께서도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서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셨고, 친정 엄마도 당신 딸이 시집가서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고 어깨가 쫘악 펴졌었다.


“소영 어머니 아저씨와의 추억이나 기쁜 기억은 없으셔요?”


“우리 신랑은 젊은 날 사고로 다쳐서 늘 아펐고 내가 나가 돈 벌어서 가장 역할을 했는데... 나쁜 것 밖에 없어.”


소영 어머니의 글이다.

더하기 시랑은 아프지 말 살다가면 좋다

빼기 시랑 많나게 후해스러다

곱하기 아들 나습대 시어머니 아들이다.

나누기 딸 나스대 아무말 있었다.


이번엔 번역이 필요하다.

더하기 신랑이 더 아프지 말고 살다가 가면 좋겠다.

빼기 내 인생에서 신랑을 만난 게 후회스럽다.

곱하기 아들 낳았을 때 시어머니 좋아서 “어이쿠 아들이다!”

나누기 딸 낳았을 때 시어머니 서운해서 아무 말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20대의 어린 이소영과 김미정을 만나고 온 것 같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얼마나 힘들었나고 말을 건네고 싶다.




KakaoTalk_20260317_222216067_01.jpg 그림 by 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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