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엄마랑 쑥개떡 드세요

by 운촌

엄마랑 쑥개떡 드세요~


온 세상이 꽃 천지다.


이렇게 제대로 봄을 즐기는 것이 처음이지 싶다. 시간이 많으니 주위를 자주 둘러보게 된다. 여유가 있으니 자세히 들여다본다. 발아래 자잘한 봄까치꽃부터 큰 산의 우람한 꽃나무까지 온통 풍악을 울리고 있다. 일제히 봄 연주를 하고 있다.


그중에 단연 으뜸은 신록이다.

다양한 초록의 어우러짐은 꽃보다 황홀하다.


올해 달라진 나의 신록 관람 포인트는 동양화 물감 색이다.

작년부터 배우기 시작한 수묵 담채화의 동양화 물감들 말이다.


봄의 나무는

대자(브라운)와 약엽(연두)색이 섞인 색(마른 가지에 막 잎눈이 터지며 새순이 나올 때)에서

약엽색이 점점 많아지다가(어린 새잎들이 마구마구 나오고)

여기에 청록과 군청색이 섞이며(어린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며) 짙어질 것이다.


저 잎사귀 세포 속 좁쌀같이 동글동글한 귀여운 모양의 엽록체 안에서는(실제 현미경으로 식물 잎을 들여다보면 초록의 알갱이같이 생긴 엽록체들이 엄청 많고 아주 귀엽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엽록소를 늘리고 있겠지. 신나게 명반응 암반응을 하고 캘빈회로를 돌리며 포도당을 합성하는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겠지......


조물주가 한바탕 물감을 풀어 농담을 조절하며 커다란 대지 위에 한 폭의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 작품들을 맘껏 누리며 청춘 학교까지 오는 한 시간 정도의 운전 길이 지루하지 않다.


아니 행복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커다란 목소리로 반겨 주시는 어르신들.

오늘도 먼 데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들 가르쳐 주시느라 멀리서 오시는 게 정말 고마워요.


수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평소 말씀이 많지 않지만 정말 수업 태도가 좋으신 영주 어머님이 조용히 나에게 오신다.

책상 위에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놓으시며 수줍게 말씀하신다.


선생님~ 쑥개떡이요

아침에 쪘는데 친정어머니랑 같이 드세요.”


내가 화요일마다 수업 마치면 친정 엄마를 만나러 가는 것을 기억하시고 쑥개떡을 쪄오셨다.

검은색 봉지를 들추자

고소한 참기름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엄마가 맛있게 드실 것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봄햇살 아래 막 올라온 어린 쑥을 뜯어 만든 쑥개떡을 엄마는 분명 좋아하실 것이 분명하다.

요즘 엄마는 어린시절 먹었던 음식,익숙한 음식만 찾으신다


몇 달 전 워낙 유명하다고 해서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어렵게 사 온 대전 성심당 무화과 시루보다 말이다.(대전 성심당 케이크가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내 딴에는 엄마 드리려고 한 시간 넘게 웨이팅을 하여 어렵게 무화과 시루를 사갔지만 엄마는 한번 떠 드시더니 느끼하다고 거의 안 드셨었다.)


와오~ 영주 어머니 덕분에


세상이 참기름처럼 고소해졌다.




KakaoTalk_20260317_222216067_03.png 그림 by 운촌



이전 03화17. 내 인생의 사칙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