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이상 집합금지와 10년 단골회집

by 그루터기


“사장님, 저희들 내일까지만 영업하기로 했습니다. 이 곳에 누가 다시 들어올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권리금 3천만원도 다 날렸습니다. 그동안 자주 찾아주신 단골 손님에겐 죄송한데, 답이 없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네요.”
영등포시장 로터리 인근에 자리한 나의 12년 단골 회집이 문을 닫기로 했다


나는 초임 책임자의 첫 부임지가 영등포지점이 된 이래 약13년 긴 세월을 이곳 인근에서 근무했다. 이 곳 영등포는 교통이 편리하다. 그런 이유에다 가성비가 좋은 회집이다 보니 고향 친구들을 비롯하여 회사내의 크고 작은 모임, 다른지인과의 단골모임 장소는 영등포의 이곳이 되었다. 내가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이 곳을 찾았다. 사장이 세번 바뀌었음에도 말이다.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많게는1주일에 2번, 1달에 5번 이상 이 회집의 문턱을 넘어다녔다.


약 5년전 주방장 일을 하던 분이 이 가게를 인수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이곳의 이용이 훨씬 편해졌다. 공식적인 메뉴판에 오른 것 이외에 나의 맞춤형 주문제도가 새로이 탄생했다. 모임 참석 인원에 따라 가격을 내가 정하면 사장은 기꺼이 이에 호응했다. 오래 전엔 하루에 두 번 맞는 고장난 벽시계를 내가 새 것으로 바꾸어 주기도 했다. 고향 동창모임 등 20여명 이상의 단체회식 장소로도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최근까지 이곳에 올 때마다 누적 방문횟수가 200여회를넘는다는 무용담도 늘어놓았다.


2020년 1월 20일 경 우리나라에도 코로나19 감염증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것이 이 단골집 영업의 분수령이 되었다. 대구 경북지역의 환자 속출로 하루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기기도 했다. 그 후 방역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확진자 수가50명 내외로 잦아들었다. 나는 이런 코로나 정국에도 이곳을 꾸준히 찾았다.이 정도 상황만 계속되면 그래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사장의 자가 진단이었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다시 확진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에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세부 기준중의 하나로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오후 9시까지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은 보통 한 테이블 기준으로 4명을 넘는 일행의 손님을 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혔다. 20명 이상의 단체고객은 언감생심이었다. 공무원들은 물론 직장인들에게 회식금지령이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하루에 3팀의 손님을 받은 경우도 드물었다. 이러니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것은 이런 영세 자영업자에게 핵폭탄 투하나 마찬가지였다.


최근에 시행중인 코로나 19 확진자 방역지침이 도대체가 잘못이다. 주로 요양병원이나 종교단체에서 대량으로 환자가 속출한다. 그러면 이런 곳에 방역 역량을 집중해야 함이 옳다. 또한 강남 등지에서 성업중인 이른바 헌팅포차는 이 방역준칙을 교묘하게 피하여 오히려 호황을 구가중이다. 여의도에 최근 문을 연 모 백화점에서는 하루에 이 곳을 찾는 연인원이 매일 기록을 새로이 갈아 치우는 중이란 언론의 보도다. 영세 자영업자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이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세부 시행방식을 심도 있게 재검토하고 대안의 제시가 필요한 이유이다.


사장은 이제 다른 곳의 회집에 봉급생활자로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멍게 등을 담은 접시를 우리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마지막 서비스라고 했다. 사장의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나에게는 울먹이는 소리로 들렸다. 이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괴물이 아직 젊은 사장 부부의 살림을 앗아갔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10여년 이상을 자주 드나들던 단골집을 찾을 수 없는 나의 아쉬움은그 다음이었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일삼는 공무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한번이라도 더 찾아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

회적 약자인 이런 영세 자영업자들의 밥줄을 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마땅하다.


코로나 정국의 장기화와 이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괴물 때문에 소득과 계층의양극화는 훨씬 심해졌다.


나는 최근 이 가게의 인근에 자리한 굴지의 백화점에 들른 적이 있다. 주로 명품 핸드백 등 가방을 판매하는 매장의 풍경이 눈에 쉽게 들어왔다. 밀려드는 고객을객장에 한꺼번에 수용하지 않았다. 3내지 5명 일정한 인원 단위로 잘라서 응대했다. 이는 5인 이상 집합금지의 준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워낙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당해 제품의 분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판매전략의 일환이었다. 이에 단골 회집 사장의 울먹이는 모습이 겹쳐 보였다.


또한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되는 현장을 구경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일부 대형 맛집 출입구에 길게 늘어선 고객 대기줄도 떠올랐다. 서민들의 밥줄을 지킴과 동시에 제대로 된 방역활동을 할 수 있는 솔로몬의 해법은 과연 없을까를 방역당국은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직 초등학교 3학년생인 이 회집 외아들의 똘망 똘망한 눈망울을 굴리던 모습이 나의 눈에 밟혔다. 순조로운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19 감염증에 집단면역이생기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 단골집 사장이 이곳에 자신의 가게를 다시 오픈하여 10년을 넘어 20년 단골고객 자격으로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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