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글대리가 들여다본 고스톱의 세계(5편 완)

by 그루터기


■ ‘뺑글부장’의 고스톱에 관한 사견


고스톱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지만 어느 정도는 실력으로 커버 가능하고 그 범위도 충분히 늘려나갈 수 있다고 본다.


고스톱에서 상대적으로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증대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건 두 가지로 보는데 그건 바로 다름 아닌 ‘자제’와 ‘견제’ 일 것이다.


자제란 마음의 평상심을 유지함을 이른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데다 패도 좋지 않음에도 계속 경기에 참여하는 이른바 ‘열고’는 가장 경계해야 할 항목이다. 어찌 보면 고스톱이란 대표적인 제로섬 게임이다. 고리 등 준조세성 국부의 외부 유출이 없다면 참가자의 손익을 합하면 제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본인 패가 좋지 않다면 다른 선수들의 패는 상대적으로 좋다고 보면 크게 잘 못된 분석이 아니다. 따라서 당일 컨디션 순번 등의 외생변수와 실력 등이 동일하다고 가정한다면 나쁜 패로 좋은 패를 이길 수 없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다. 패가 좋지 않거나 뒤 패마저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엔 연사 금지 제도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석수를 줄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다 보면 반전의 기회가 의외로 가까운 시간 내에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견제란 나 혼자

점수 내고 살겠다는 혼자만의 욕심을 버리는 태도이다. 돌아가는 전체의 판세를 읽고 본인이 위너가 될 기능성이 적다고 보이면 적절하게 다른 두 선수에게 패를 나누어 풀어 경쟁을 시켜야 한다. 작은 점수로 위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밀어 주어 소형 사건으로 마무리시켜야 한다. 부담을 줄이고 다음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청동기시대에서 어느 선수는 8월 단계 판에서 8 석장을 쥐고 본인만이 고득점을 취득할 목적으로 8 석장을 끝까지 들고 고집하다 양 리미트를 맞아 다른 선수로부터 아주 인격모독에 가까운 욕설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는 다른 한 선수가 대형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본인만 살겠다며 8 석장을 지키기 위해 다른 패를 푼 결과였다. 최종 승자 이외의 또 다른 선수의 패를 꼬이게 만들어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음은 물론이었다. 일단 한 선수가 대형으로 달아나고 있다고 생각되면 본인이 위너가 될 생각은 아예 접고 다른 한 선수에게 비상을 걸도록 도와주거나 작은 점수로 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래서 판을 저득점으로 조기 종결시켜야 한다.


나는 전체 판세를 읽고 견제가 절실한 시점이 오면 반박 자를 쉰다. ‘이 시점에서 한편 뺑글부장은 어쩌고’라는 멘트를 일부러 날린다.

견제의 필요성이 있음을 에둘러 다른 선수에게

전하는 전략이다.


상대 선수가 아웃복서인지 인파이터인지 아니면 변칙인지 등 성장을 먼저 파악해 아하는 건 기본이다. 경기 진행과정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른 선수가 좋아하는 약과 전략 등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한다.

단타 위주인지 장타력이 있는지 등도 당연히 파악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이다.같은 패 두 장

을 쥔 사람이 뻑을 하면 자뻑이 된다. 청동기시

대의 동료 중 한 선수는 이런 경우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20센티 정도의 높이까지 공중 부양하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아이고 이걸 어떡하지”라고 외치곤 했다. 그러면 다른 선수

들은 방금 전 타자를 집중 견제를 했다. 이른바 포우 커 페이스로 가는 것에 비해 무조건 손해라는 걸 그 선수는 미처 알지 못한 것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이 아기이지만 승률 보다 수익룰이 훨씬 중요하다. 우스개 소리로 ‘좁쌀 백번보다 호박 한번 구르는 게 정답’이다. 작은 점수는 주고 기회가 왔을 때 장타를 날려야 한다. 타석수보다는 타율이 더욱 중요한 건 같은 맥락이다.


고스톱을 같이 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나 성격 성향 등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른 이야기

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이나 놀이 운동 등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스톱에만 한정된 건 아니라고 본다.


필드에서 경기를 하다 보면 아주 촌철살인의

멘트와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 친밀감을 더해

주는 향토색 물씬 풍기는 말등이 난무한다.


나는 평소 살아가면서 ‘삼인 행에 필유아사’라는 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왜 저 친구는 이런 말을 했을까,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아하 세상에 저런 좋은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그런 후 나름

취사선택하여나 자신의 말로 소화해서

좋은 말은 활용한다. 허접한 농담이나

때론 심지어 듣기 싫은 멘트에도 행간의

뜻을 읽다 보면 반드시 배울 점이 있다.


상당히 성공한 선배가 같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동료에게 고득점의 비결을 물었다. 책이나 강의

에서 읽고 들은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해서 자신의 글로 답안지를 작성했다는 의외로 소박한 이야기가 이에 아주 적합한 명언이다.


경기 중 어떤 선수는 가세가 기운 경우 거의 파업 수준이란 말을 쓰는데 그러다간 바닥에 깔린 세 패를 회수해가는 등 반전이 일어나면 ‘빈집에 황소가 들어간다’고 한다. 피를 선호하고 많이 모으는 선수에게는 낮은 포복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신뢰 사회라고 하는 이즈음 필드경기에서도 신뢰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낙장불입이란 말이 있다.

한번 의사결정에 따른 액션은 번복할 수 없다는

의미인데 번복을 용인하면 상대 선수는

예측가능성이 없어져 불이익을 받고 불신

싹튼다.


원활한 경기 진행과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서 또 삼가야 할 것이 있다. ‘가리’와 ‘경로당’이다. 가리는 일종의 외상인데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불신을 키운다. 더 나아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경로당은 패를 끼웠다 뺐다 하는 게 대표적인 경우인데 다른 선수에 비해 시간을 많이 사용하는 걸 이른다. 프로 바둑의 선수당 제한 시간 정도는 아니라도 타 선수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임은 분명하다.


상대 선수가 타격을 하고 있는 동안 본인이 어떻게 타격을 할 것인가 미리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순번

에 즉시 행동으로 옮기면 최소한

경로당이라는 빈정거림은 듣지 않을

수 있다.


고스톱 게임은 워낙 경우의 수가 많고 변화무쌍

하기 때문에 최종 손익은 미리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따고 잃는 것은 ‘문지방 넘어 꺼먹 고무신 신어 보아야 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등장했다.


고스톱 역시 매너의 게임이다. 참가 예정자 중에 최종 참가자가 결정되면 게임에서 배제된 당사자는 본인이 알고 있는 패가 가운데 놓이는 뒷패 더미에 섞이기는 하지만 어는 정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최종 참가자 그 누구에게도 훈수를 해서는 아니 됨은 물론이다.


게임 종료 후 점수 계산 시 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고 엄정중립을 지켜야 매너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최소한 욕을 먹지 않는다.


설령 최종 참가자로부터 직ㆍ간접의 훈수 요청이 오더라도 내 패가 들어갔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며 철저히 함구해야 한다. 경기에 코치는 하지 않더라도 점수 계산과정에 개입하여 최종 승자가 특정 패를 흔들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거나 패자가 된 다른 두 선수가 광박이나 피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삼갈 점이다. 이는 중상자의 깨진 상처 부위에 왕소금을 뿌리는 행위에 상당

한다. 아주 매너 없고 지탄받아 마땅한 처사다. 이런 경우 현금보상을 해야 하는 패자로부터 ,'네 돈 내는 것 아닌데 간섭하지 말라'는 핀잔을 들어 마땅하다.


단 점수 계산 과정에서 최종 승자가 흔들지 않았

는데 그랬다고 착각이나 억지를 쓰는 경우, 패자가 광박이나 피박이 아니라는 항변은 다르다. 이는 피해자에게 정확한 실체를 알려주어 실제 이상의 부담을 방어하고 변호해주어 칭찬받을 일임은 물론이다. 이는 형사사건에서 ‘애매할 때는 피고

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고스톱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다. 나는 의사가 아니라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 전략 수립이나 의사 결정 심지

어 점수 계산 단계에서도 머리를 쓰기 때문에

뇌세포 활성화로 노화를 다소나마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은가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쇼당이란 게 있다. 이와 좀 다른 ‘합의 쇼당’도 등장한 지 오래다. 예를 들어 비윌 단계인데 비 석장이 바닥 패로 깔려 있고 최종 선수 3명 모두 나머지 비 패 한 장을 들고 있지 않는 경우가 문제 된다.


대형사건 기미가 있기는 한데 그 수혜자는 뒤 패 여부 등 너무나 우연한 외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모든 패를 섞고 게임을 포기한 후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를 말한다.


3명의 선수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거의 동시에 ‘합의 쇼당’을 외치 것이 대세다. 실제 아무도 해당 패의 나머지 한 장을 들고 있지 않는 경우엔 패를 섞어 파투로 가는 게 맞다. 어차피 복불복이라며 경기를 진행하기로 하는 심장이 강한 인파이터도 때론 만날 수 있다.


나머지 한 패를 들고 있는 선수는 느긋하게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노 쇼당을 외치면 다른 두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문제의 패를 들고 있는 선수를 집중

견제를 하여 사고의 축소 소형화에 온 힘을 쏟아 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다.


청동기시대 뺑글대리는 높은 월 단계에서 석장이 바닥에 깔리고 같은 패 나머지 한 장을 쥐게 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최종 두 선수는 물론 뺑글 대리의 상급자였다. 두 선수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고 흥미를 배가시키려고 같이 ‘합의 쇼당’을 외쳤다.


나는 그 후 즉시 미소를 머금고 노 쇼당을 재차 외치고자 했으나 상대 선수는 모두 내가 번복할 겨를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전광석화처럼 패를 섞어서 파투를 만드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당시 해당 경기가 무효가 되지 않고 진행되어 내가 최종 승자가 되었더라면 현재 살고 있는 인천이 아니라 강남의 요지 중의 요지가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 도 남아 있다.


고스톱은 매너와 신뢰의 게임이라고 뺑글부장이 앞서 강조해 놓고선... 이런 걸 ‘내로남불의 미수 사건’ 정도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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