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점장과 똠방 각하(1편)

by 그루터기

"도대체 점장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책임지고 있는 영업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라며 윗선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탁부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20분 정도만 점심시간을 사용했다. 탁부장은 식사 후 오후 12시 45분경 자신의 부스로 돌아왔다. 점장과 동료직원 송 부장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조금 전인 오전 10시 40분경 업무직원 최 과장은 탁부장이 관리 중인 법인계좌에서 엄청난 이벤트가 일어났다고 알렸다. 그러니 고객에게 유선으로 연락 후 활동일지에 기록을 남기라는 말도 전했다.


그럼에도 탁부장은 평소 있었던 수준의 일로 판단하였다. 주식시장이 종료되는 3시 30분 이후에 조치를 하면 되는 걸로 생각을 했다. 종래 미결제약정을 해소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해당 법인고객의 대표는 이를 별 반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곤 정상적으로 해결이 되어 별 다른 문제 없이 넘기곤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보아 평상시의 보통 건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이벤트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탁부장이 다니는 회사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투자상품 등을 주로 취급했다. 업무의 특성상 생태적으로 지뢰가 곳곳에 널린 최전방의 철책선 인근을 방불케 했다. 이미 금년 1윌 초부터 중국이 발원지로 보이는 ‘코로나19’ 감염증이 태풍에 산불이 번지듯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였다. 이름도 생소한 ‘팬데믹 (세계적인 대유행)’이라는 말이 일상에 오른 지 오래였다.


고객이 투자한 원금의 범위가 최대한의 손실 한도가 되는 일반상품과 달리 투자원금을 넘는 손실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파생상품이라고 한다. 해당 계좌는 해외파생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세계 각국은 국내의 사람 이동을 규제함은 물론 다른 국가 간의 출입국을 제한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했다.


게다가 세계 굴지의 메이저 제조업체들의 생산시설이 ‘셧다운’되었다. 1930년대 대공항보다 더한 불황을 경제전문가들이 앞을 다투어 전망했다. 완전 개방형 소규모 경제국가에다 GDP 대비 무역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우리나라도 이 세계적인 격랑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었다.


실물 경제 상황이 가장 예민하고 즉각 반영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제국의 글로벌 주식시장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트 장이 지속되었다. 현기증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탁부장은 퇴근길에 본부의 관련 부서장으로부터 긴급한 전갈을 받았다. 문제의 해당 법인의 업종, 법인의 성격, 총 투자금액, 최종 손실금액의 규모에 관해 상세한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이러한 ‘페이퍼컴퍼니’의 경우엔 투자원금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하면 그게 고스란히 회사의 부실채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데 이건의 경우 그 규모는 약 1억3천만 원 수준이라고 오히려 탁부장에게 일러주었다.


이 전갈은 받은 탁부장은 순식간에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고 숨이 탁탁 막혔다. 관리자의 책임의 존부, 책임이 있다면 그 범위, 향후 사건의 진행 경과 등 궁금증이 줄기에 달린 고구마처럼 줄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19. 2. 20일이었다. 며칠 전 법인명의 위탁계좌 개설과 관련하여 탁부장은 유선상담을 했다. 그런 후 회사의 대표이사와 여직원이 내점 하여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해당 계좌를 오픈했다. 탁부장은, 회사는 물론 관리 직원의 수익의 원천이 되는 고객(자산)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약해졌다. 이에 이 법인을 ‘사이버 포함 관리자’로 등록을 하였다. 얼마 후 당해 계좌엔 13억이 입금되었다. 향후 많은 거래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산의 운용은 대표이사가 100% 온라인으로 하였다. 관리자인 탁부장은 직접 운용(주문)은 물론 조언이나 전망 등 어떠한 관여도 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국내 파생상품은 물론 FX 마진 등 해외 파생상품도 거래를 해왔다.


‘크루드 오일’이라고도 불리는 WTI(서부 텍사스산원유)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이는 작은 투자액으로 35배 수준의 포지션을 취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매우 큰 리스키 한 상품이었다. 선물을 매수하였기 때문에 해당 기초자산의 가격이 상승 시엔 커다란 수익이 가능하나 그 반대의 경우엔 엄청난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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