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약된 이번 초음파검사는 받을 수 없습니다. 혈액검사와 외래진료만 가능합니다.”
“제가 현재 고향에 귀촌 중이라서 그것마저 6월 말 이후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갑상선 부위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결절 때문에 오래전부터 추척관찰을 위해 대학병원을 오가고 있었다. 병원 방문주기는 종래 6개월 ->1년 ->2년에서 다시 그 인터벌이 6개월로 좁혀진 이후 첫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의대 증원문제로 야기된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 전공의 파업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이슈가 내게도 직접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초음파검사 예약은 언제나 재개될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추적관찰에 초음파 검사가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환자군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생님 계신 곳이 어디지요? 그 근처 외부 병원에 들러 검사를 마치고 CD에 담아 다음 진료일에 뵙는 것이 어떨까요? 영상의학과가 개설된 병원이면 모두 가능합니다.”
내 담당교수가 요구하는 조건을 구비한 의료기관을 찾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병원을 오가는 거리와 시간 모두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은 뻔했다. 나는 그래서 교수에게 @@영상의학과 의원을 추천받는 방식을 택했다. 교수는 처음부터 자신이 이 의원을 내게 먼저 추천하러 나서지 않았다. 혹시 ‘청탁금지법’에 휘말릴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였다.
진료실 직원은 내 핸드폰을 넘겨받아 포털사이트를 열고 해당 의원을 검색하여 영상의학과 의원 직원에게 인수인계까지 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본디 이곳은 사전 예약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약간의 생색도 냈다.
대학병원에서 최단거리로 1킬로미터에 채 미치지 않는 곳에 의원은 자리 잡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마땅한 주차장을 물색하느라 진땀을 뺐다. 길치라 가끔 놀림을 받는 나였다. 내 애마를 가까스로 세운 곳 입구를 카메라에 담을까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인근 마트와 전자담배 가게 사이에 세운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개인의원치곤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다. 4층 빌딩임에도 주차공간은 여전히 부족했다. 2층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대여섯 명의 환자들이 대기 중이었고 검사실, 상담실, 접수공간을 제외하곤 환자의 대기 공간이 넉넉하지 못했다. 이 좁은 공간을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분주하게 오갔다.
순간 도로 측 벽상단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이곳 원장의 프로필이 촘촘히 적힌 깔끔한 투명 아크릴 게시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예상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이곳 원장은 내가 평소 오가고 있는 대학병원 교수출신이었다. 세칭 KS마크라 일컬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곳 원장은 중학교부터 최고 엘리트코스만을 쭉 걸어왔고 내가 오가는 대학병원 교수를 거쳐 퇴임 후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이곳 의원의 유일한 전문의였다.
굴지의 대학병원 전공의파업으로 이곳을 찾은 환자 규모는 확연하게 늘어났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했다. 접수창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은빛 머리칼을 자랑하는 최소한 5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로 보였다. 아마 원장의 가족 내지 친인척으로 보아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초음파 검사는 원장님이 직접 진행해야 합니다. 조금 기다리셔야 하고 CD를 구워야 하니 20 내지 30여분이 더 필요합니다.”
내게도 한 마디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