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짜 뉴스"에 더 잘 속는 이유 (1)

by Hesess

우리가 "가짜 뉴스"에 더 잘 속는 이유


우리는 유례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몇 번의 마우스 클릭, AI와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정치, 건강,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보의 뒤에는 교묘하게 작성된 오정보(Misinformation)와 AI가 만들어낸 그럴듯한 거짓말인 환각(Hallucination)이 숨어 있기도 한다.

최근의 AI 기술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미지와 영상이 쉽게 만들어낸다.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하는 일은 이제 전문가들에게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왜 소위 배울 만큼 배운 똑똑한 사람들조차 이런 가짜 뉴스에 허무하게 속아 넘아가는 것일까?


이유는 지능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있는 본능적인 인지 편향에 있다.


1.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마음,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미 내가 믿고 있는 가치관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라면, 사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일단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사례는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이다.

유튜브나 SNS의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가 관심 있고 좋아할 만한 정보만 골라 추천하고 있다.

특정 정치적 사건이 터졌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보다 "거봐, 내 말이 맞았어"라고 외치게 만드는 영상만 시청하는 이유이다.

SNS나 커뮤니티 채널에서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며 자신의 편견을 공고히 하고, 반대편의 합리적인 비판은 그저 가짜 뉴스나 선동으로 치부한다.


2. 뇌가 느끼는 익숙함의 유혹, 친숙함 편향 (Familiarity Bias)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을 안전하다고 착각한다.

어떤 정보를 반복해서 듣거나 보게 되면, 뇌는 그것을 점차 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혀 근거 없는 루머가 단톡방, 커뮤니티, 뉴스 댓글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유포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말도 안 돼"라고 코웃음을 치다가도, 유튜브, 뉴스, SNS 등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접하고 주변이 카더라는 소문을 입소문을 통해 듣게 되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바뀐다.

여기저기서 자꾸 이야기되는 걸 보니,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3. 강렬한 기억의 함정, 가용성 편향 (Availability Bias)

가짜 뉴스는 대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이런 강렬한 정보는 뇌에 강하게 각인되어, 나중에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에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이다.

얼마 전에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본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통계적으로는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빈도가 더 높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기차로 인한 강렬한 화재 영상을 먼저 떠올린다.

그 충격적인 기억은 "전기차는 무조건 위험하다." "전기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식의 과도한 공포를 낳고 객관적인 수치보다 감정적인 판단을 앞세우게 된다.


이 세 가지 편향은 각각 작동하지 않고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하게 된다.

즉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강렬하게 기억하고 (가용성 편향),

그 뉴스를 여러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며 믿음을 키우고(친숙함 편향),

결국 내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골라 취득하며 그 믿음을 완성한다(확증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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