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

널 만나려고

by Jazzy

제비가 오랜만에 평일오후가 여유로워 같이 이케아를 다녀오는 차 안에서 네비화면 위로 잠깐 부고문자 같은 게 지나간다. 이케아에서 4시간 동안 구경하고 물건을 사고 집에 오니 거의 밤 10시가 되어간다. 샤워하기 전에 문자가 생각나 열어보니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의 아버지 부고문자다.

67세... 원래 아프셨던가. 슬픈 마음으로 일단 부의금을 보내고 혹시 장례식장이 어딘지 확인하니 우리 엄마 고향이다. 오늘 운전을 4시간 정도 해서 내일은 좀 쉬어야지, 생각했는데 장례식장 위치가 편도 1시간 20분으로 그렇게 멀지 않아 다음날 오전 입관 전에 다녀오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 챙기려니 피곤함이 확 몰려 순간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게으른 나를 채찍질해 빨리 준비한다. 운전할 때 음악이 필수인 나는 출발 전 애플뮤직 보관함에 들어있는 노래 목록으로 그냥 쭉 틀어둔다. 힙합음악 하나 재생되고 몽니 앨범이 흘러나온다.

'어! 몽니 공연 친구랑 같이 보러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든다. 20대였나, 친구랑 나는 손재주가 좋고, 문구류를 좋아하며 음악취향까지 비슷했는데 몽니 공연이 있다고 갑자기 보러 간 기억이 떠올랐다.

이 친구가 맞았나? 오늘 이렇게 만날 걸 알고 내가 이 앨범을 듣고 있나.

오랜만에 듣는 신의님의 쭉쭉 올라가는 고음이 듣기 좋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조문을 하고 친구가 없어 잠깐 기다렸는데 나갔던 친구가 들어오며 나를 발견하고 울먹거려서 나도 눈물이 난다.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둘이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아침에 잠깐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내가 바보 같다. 1층에 내려가 캡슐커피머신에서 아메카노 (이렇게 쓰여있었다. 둘이 빵 터졌다.) 한잔씩 사서 얘기하다 몽니 공연 같이 간 거 맞는지 물어보니 맞단다. 역시 너였어. 30대가 되고 나서 시작한 커피 이제는 마실 줄 아느냐며 농담하는 너, 요즘 음악은 어떤 거 들어, 하는 질문에 한로로 가수 옛날 우리 학창 시절 인디가수 느낌이라 좋다고 대답했더니 자기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자몽살구클럽 책도 샀다고 말하는 너. 해외여행 가서 스탬프 사 왔다고 했더니 구경하고 싶다고 하는 너. 우리는 그냥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나 그대로였다.

그냥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웃음만 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몽니 앨범을 이어서 끝까지 듣는다.

"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 널 만나려고~"


내일은 친구가 사인 cd를 선물해 줬던 '시와' 앨범을 들어야겠다. 내일 하루도 웃음이 가득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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