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작은 파도만 보이지만.
주말아침 점심을 먹으려다가 제비와 말다툼을 했다. 거의 싸우지 않는데 이번엔 서로에게 예민한 문제로 시작되어 마음 바닥까지 부끄러워서 말 못 할 것들까지 다 말하고 사과하고 풀었다. 말로는 풀었지만 제비와 달리 나는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잠시 마음속에 엉킨 실타래를 다시 잘 감아서 넣어둔다.
점심을 먹고 기분전환 삼아 드라이브하러 가자는 말에 옷을 입고 남해로 달린다.
남해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실안에 있는 카페를 둘러보는데 전부 차가 꽉꽉 차있다. 그래서 그대로 남해 쪽으로 내달린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예쁜 남해 카페나 소품가게를 구경할 수 있는데 우린 오른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가면 같은 남해지만 좀 더 해안도로 느낌이 나서 이 쪽 길을 선호한다.
넓은 바다를 보니 역시 마음이 뻥 뚫린다. 넓은 바다를 멀리서 보니 윤슬이 아릅답다. 가끔 드라이브하면서 보는 바다인데 오늘따라 더 좋은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고 보니 내 마음도 저렇게 잔잔하면 좋겠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바다에 가까워지니 작은 파도들이 계속 부딪히고 있다.
아! 저게 내 마음인데!
내 안에서 자잘한 파도들이 계속 일고 있다.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스트레스가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어떤 일 때문에 조금 화가 난다든지, 기쁘고, 슬프고 하는 모든 일들이 파도가 되어 일렁이고 있다. 파도가 그대로 부서져서 큰 바다에 합류되는 것도 있고, 다른 작은 파도와 만나서 커지는 것도 있다.
넓고 잔잔한 바다가 되고 싶다. 마음속에서 작은 파도들은 그대로 내 큰 마음에 합류했으면 좋겠다.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대할 수 있는 바다가 되고 싶다.
내 안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안 좋은 감정들과 고민하고 남은 찌꺼기들이 부딪혀 사라지면서 만드는 윤슬이 반짝이는 넓고 넓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