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길

시라트

by Jaz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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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있다거나 설거지, 샤워하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다 뭔가 하나에 꽂히게 되는데 겨울 내내 사로잡힌 한 생각이 있다. 누군가를 저주하는 생각.

작년 여름에 엄마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되질 않아 내가 몇 달만 맡아서 하기로 했다. 사장은 우리에게 월수입 얼마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고 했으나 막상 들어가서 해보니 일주일 만에 깨달았다. 기본 시급 밖에 벌 수 없을 거라는 걸. 그것 말고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몇 가지 더 있어서 계약을 무르고 싶었으나 계약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우리는 어마어마한 보증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생겼다. 결국 사장은 자기 건물이니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가족이 운영하기로 하고 추석연휴는 우리 가족 모두가 와서 운영을 했으나 나중에 사장은 그 수입 전부를 그대로 두고 나가라고 했다.

그냥 우린 두 달을 무임금 막일을 한 셈이다. 결국 엄마가 보증금에서 손해를 보고 계약파기를 했는데 이렇게 고생하고 돈을 뜯긴 경험은 처음이라 그때부터 내 지옥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멍 때리는 시간이 되면 '그 새끼... 가족한테 절대로 존경받는 사람은 못될 거다'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옥으로 들어간다.


최근에 영화 '시라트'를 봤다. 아빠가 아들과 함께 레이브파티에 간 딸을 찾아 사막에서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거기에서도 천국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조심하라고 해도 지옥은 원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고 견디기 힘들어진다. 영화를 보는데 그곳에 내가 있다.

레이브파티에서 춤추는 것처럼 생각 하나 그냥 놓아버리면 그만일 것 같은데 어느새 레이브파티는 지옥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시라트는 천국과 지옥을 잇는 가느다란 다리인데,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보다 날카롭다고 한다. 영화 속 이야기 주인공들 역시 시라트를 건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장애물은 계속 나타나고 천국은 어딘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아직은 생각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머리를 감으면서도 문득 '그 사람은 절대 존경받는 사람은 못 될 거다' 하는 말이 떠오른다. 존경을 받든 못 받든 그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인데 나는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라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느냐 말이다.


손오공은 삼장법사가 얇고 꼬불꼬불한 낭떠러지 길을 걸으라고 하자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길을 뺀 낭떠러지 부분을 전부 잔디밭으로 만들어 생각하고는 단숨에 잔디밭 속에 있는 꼬불꼬불한 길을 건넌다.


이제는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주위에 계속 잔디나 꽃을 심어야겠다. 안 좋은 생각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많이 심어서 내가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게 말이다. 손오공처럼 망설이지 않고 시라트를 뛰어갈 수 있게 꽃을 심어야겠다.


이렇게 하다보면 내 안의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늘지도, 날카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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