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일기 중에서.
운전면허증 갱신이 두 달 정도 남은 10월 중순경, 일 때문에 다른 도시에 있다가 하루 시간을 내어 집에 들렀다.
아침부터 운전면허증 갱신하려고 얼마만인지 증명사진도 찍었다. 무사고 10년이 지나는 조건이었나, 아무튼 1종으로 갱신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력검사도 해야겠다 싶었다.
갱신은 경찰서와 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된다고 인터넷에서 보고 25분 정도 집에서 떨어진 경찰서 옆 병원에서 5천 원을 내고 시력검사도 하고 경찰서로 갔더니 글쎄 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된다고 한다. 면허시험장은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데... 오늘 하루 시간돼서 온 건데... 여러 생각이 스쳐가지만 시험장까지 갈 수는 없어 2종 그대로 신청했다.
그냥 5천 원 주고 시력검사 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면허갱신도 집에서 5분도 안 걸리는 파출소에서 신청해도 됐는데 말이다.
모든 일이 꼬이면 그냥 마음이 놓아지는 법이다.
혼자 오랜만에 드라이브할 수 있고 좋지 뭐.
남해에 평소 가고 싶었던, 좀 멀리 있는 독립서점으로 도착지를 설정하고 출발한다. 약 40분 정도 아름다운 남해 길을 달려갔는데 이렇게 차가 많다고 싶을 정도로 골목은 이미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찼다. 주차자리를 겨우 하나 찾아서 주차를 하고 골목 안에 위치한 서점 겸 카페에 들어갔다.
정갈한 한옥집을 개조한 카페는 한쪽 벽면을 서가로 만들어놓은 서점이었다. 드립커피 한 잔 주문하고 책을 골랐다. 교보문고 어플 오래 묵혀둔 장바구니 목록의 아랫부분에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그 책과 사장님이 선별해 둔 책 중에서 끌리는 책을 하나 더 골라 구매했다.
커피가 나올 때쯤 단체 손님이 나갔다. 덕분에 큰 테이블의 안쪽 구석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커피를 내오셨다. 커피잔은 아라비아핀란드, 내가 좋아하는 블루 계열의 채도 낮은 색과 갈색으로 이루어진 잔이다. 오늘 오전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나는 좋아하는 북카페에 앉아 책과 커피로 마무리가 할 수 있다. 커피도 맛있고, 방금 구매한 책을 50페이지 정도 읽는데 이 순간이 아쉽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따뜻한 햇볕과 남해드라이브를 하면서 계속 지나치며 보게 되는 윤슬, 평소 좋아하는 커피잔과 좋아하는 책 읽는 시간. 어떻게 이런 가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