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터라 올해는 살살 지나가라고 되뇌는데 작년 말에 했던 건강검진부터 발목을 잡는다. 결과지를 별생각 없이 혈압도 높아졌네, 콜레스테롤은 언제 이렇게 올라간 거야? 이제 정말 건강 챙겨야겠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익숙한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않지만 뒷골이 찡 하고 당길 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결과지 뒷면을 보지 않았는데 거기엔 유방 검사 결과가 있었나 보다. 부재중 전화번호만 보고도 뒷골이 당기길래 다음날 전화를 해봤더니 종괴가 의심되는데 혹시 건강검진 후에 초음파를 해봤냐는 안부(?) 전화였다.
역시... 이런 예감은 틀리지 않아.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 여는 시간에 맞춰 유방외과에 진료를 보러 갔고, 일단 초음파 예약을 잡으라고 했다. 한 달 뒤로 잡힌 초음파 예약을 기다리는 동안 온갖 우울한 생각이 다 들었다. 그중 어느 하루는 완벽하게 폭발해서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 (진짜 나답지 않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예약된 초음파를 보러 갔고, 정말 다행히도 물혹이어서 추적검사만 하면 된다고 했다.
1년에 한 번 추적 또는 검진해야 되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
유방외과를 거쳐 그다음 주엔 산부인과에 갔다. 조금씩 자라던 자궁근종은 이제 10cm가 되었고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병원에 입원 한 번 해본 적 없고, 잔병치레 안 하는 나였는데 이젠 과를 옮겨 다니며 진료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수술 결정을 하고 나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mri와 채혈 등 필요한 검사를 다 하고 수술날짜도 잡고, 일단 다른 검사를 위해 오후에 다시 들르기로 하고 주차장에 갔다.
친구한테 점심 식사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차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짐 싣는 트럭이 내 차 앞에서 전면 주차를 하려고 왔다 갔다 한다. 통화를 하면서 '여긴 너무 좁은데, 무조건 후진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 이런 생각을 하면서 너무 가깝다 가깝다 하는데 내 차를 찌이익 긁고 옆으로 들어간다. 다시 뒤로 빠져나가면서 지이익... 통화하는 중이어서 " 아아악!" 하고 소리 질렀다.
'내 차 어떡하지, 주차요금 이미 정산됐는데 다시 가야 하나. 점심식사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손이 벌벌 떨린다. 그런 실수를 할만한 차가 아닌데 이렇게 억지로 들어와서 차를 긁다니 너무 속상했다.
차에서 내려서 차 상태를 보니 차 전면 등이랑 모서리 부분이 다 긁히고 아랫부분은 긁히면서 파였다. 상대방 차주는 내가 여자여서 그랬는지 그냥 닦으면 된다고 손으로 문지르길래 보험 부르시라고 했다. 보험사가 와서 일단락됐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소리만 지르는 차주 덕에 마음만 상했다.
시간은 너무 늦지 않아 친구와 점심을 먹었고, 오후 검사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수술 전 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게 나와서 내과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다음 날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수치 두 개 중 하나만 높아서 괜찮을 거라고 했다.
2026년 시작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나의 긍정회로를 잘 돌려본다.
유방외과 검사결과는 모양이 좋은 물혹이었고(대개 모양이 좋다, 나쁘다로 구별한다), 산부인과 수술은 잘 될 것이고, 사고는 내가 낸 것이 아니고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고, 수술 전 검사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좋은 생각에 좋은 결과도 꼬리처럼 붙는다.
나는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인데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이 몰아서 닥치니 잠시 물살에 휩쓸렸던 것이다.
다시 마음에 좋은 생각을 심어 본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