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연주 Mar 26. 2022

우리는 지구 상의 효모 일지 몰라.

삶과 우주 그 모든 것에 대한 성가신 질문의 답

요즘 박재범의 원소주가 인기이다.

전통주 혹은 막걸리라 불리우는 이 알콜의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이다.

그러다 한국 전통주 학교에서 술을 배우다 인간의 본질적 존재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던 수업의 한 컷이 생각났다.


마지막 전통주 강의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무채색의 다소 뻣뻣한 촉감의 개량한복을 입고 계셨고 약간의 술톤의 발그레한 얼굴색을 띄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을 빚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하셨다.

술이란 효모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고, 내 손에 달려 있는 세계이며 술을 빚는 우리는 이 생명체를 꾸미는 신이라고 하셨다.

술을 빚고 만든다는 행위는 술을 먹으며 내 기운을 나눠 갖는 것이고, 내 좋은 기운을 상대방에게 불어넣는 것이라 했다. 즉, 나의 정신, 에너지까지 투영되는 것이 술이란 음식이라는 것.

그리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술을 빚는 것, 그 모든 것이 담겨있는 질문을 전통주 장인에게 물었던 기억을 되새겼다.


몇 해 전,
어떤 지역의 저명한 전통주 장인에게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 효모란 무엇일까요?”


수화기 사이로 들려오는 미묘한 들숨, 날숨, 그리고 기나긴 고요한 정적이 이어졌다고 했다.

비장하게 그는 말했다.


“우리는
.
.
.
효모 일지 몰라”


그리고 전통주 장인은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고 한다.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더글러스 애덤스의 작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서는 주인공 아서가 본인 집이 우회로 공사로 철거 되기 전 시위를 벌이는 도중, 동시에 지구는 은하계 초고속 도로를 만들기 위해 철거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 보곤족은 우주의 초고속 도로를 만들기 위해 지구를 철거하겠다는 공지를 50년간 보냈지만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돌고래들만 알았다. 돌고래는 인간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인간들은 웃으며 물고기 토막만 던져줄 뿐이었다.


그리고, 지구는 순식간에 철거되었다.


생쥐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소

“지구는 쥐들이 값을 지불하고 주문을 했다오,

당신네 행성과 사람들은 천만년짜리 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하던 유기체 컴퓨터의 모체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오. 목적 달성 5분 전에 파괴가 되어버린 것이지.”

지구를 만든 슬라티바트패스트는 말했다.


하지만 주인공 아서는 되받아쳤다. “쥐는 인간의 행태 연구에 사용되었어요,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인간들은 별별 실험을 다 해봤죠”


“그런 교묘함이, 바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이오”


그렇다,

우주 초고속 도로를 만들기 위해 폭파된 지구,

사실 지구는 생쥐들이 의뢰해 만든 고도화된 시스템이었고 삶과 우주와 모든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한, 그 원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고자 설계된 시스템일 뿐이었다.


우리의 삶이란 대단한 것 같으면서 동시에 권태롭고 시시하다.


결국,
.
.
.
어쩌면 우리는
지구상의 효모일지 몰라








작가의 이전글 관장형 헬스장의 루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