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일등 소모임, 다산명품
셋은 하나같이 다산북스 첫 번째 책이 웰씽킹이라는 소식이 반갑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자기 계발서의 진한 향기. 혹시나 해서 찾아본 책 소개에서도 가난한 소녀 공이 영국에서 알아주는 부자가 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한다. 역시나, 안 당긴다.
진옥과 선희, 그리고 효정은 나이도 직업도, 성격과 인생관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자기 계발서 극혐파’라는 것이다. 일 년 넘게 함께 책을 정해 꾸준히 읽고 책 뒷담화(?) 나누고 있지만 한 번도 자기 계발서를 다음 책으로 하자고 언급한 적은 없었다. 아, 효정이 여차여차 ‘해빙’이라는 자기 계발서를 읽은 뒤 제발 같이 읽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그 목적이 매우 불순했기에 진옥과 선희가 단박에 거절한 적이 있긴 하다. (거절의 이유는 굳이 우리까지 당할 필요는 없다는 거였다.)
그러하니 이 책을 읽고 모였을 때 셋은 별 기대가 없었다. 진옥의 생각과 달리 선희와 효정이 각자의 블로그에 웰씽킹의 후기를 순한 맛으로 써주었다는 것 외에는 셋의 채팅방에서 이 책이 크게 언급되지도 않았다. 모임에 제일 늦게 온 효정이 도착하자마자 셋은 왜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진옥은 자기 계발서가 휘두르는 채찍질이 싫다고 한다. 자꾸만 나를 혼내고 반성하게끔 하는 자기 계발서가 싫은 모양이다. 워낙 행동파에다 마음먹는 건 곧바로 시작해야 하는 진옥은 자신이 하지 않는 건 틀린 것들이어야 마음이 편한데, 읽다 보면 이게 또 묘하게 맞는 말만 하니 마음이 불편한 거다.
선희는 이 책 하나면 뭐든 만사 오케이식의 자기 계발서의 약장수 화법이 싫단다. 우울한 사람? 이 책 한 권이면 내일부터 스마일. 부자 되고 싶은 사람? 이 책 한 권이면 백만장자. 인간관계가 고민인 사람? 이 책 한 권이면 인사 중에 핵인 싸.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희가 보기에 이런 식의 자기 계발서는 노놉.
효정은 여태껏 자신을 설득시키는 자기 계발서를 읽지 못했다고 한다. 공감도 안되고 이해도 안 되고 무작정 따라 하라고 하는 강요도 싫단다. 설득이 안되니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역시 자기 계발서는 안돼. 식의 악순환.
- 근데 그건 네 문제 아니가? 실천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
효정의 말에 진옥이 자기 계발서의 핵심을 잡아내는데, 바로 실천. 그리고 그것을 하겠다는 의지. 진옥은 요즘 실제로 온라인 독서모임, 영어 공부모임 등등을 하며 실제로 자기계발을 위해 많은 것을 행하는 중이다. 왕성한 호기심에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자극까지 더해지며 자기 계발서의 모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당시의 태도에 따라 책이 다르게 느껴지듯, 예전에 다른 자기 계발서를(여전히 자기 계발서의 전설이라 불리는 아주 유명한 책이다)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뭔가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런 진옥이 보기에 효정이 설득되지 않는다는 건 행하지 않을 핑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셋은 모두 인정한다. 자기 계발서는 결국 작가가 판을 깔면 그다음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는걸. 책을 믿고 한번 신나게 따라가볼지, 아니면 나랑은 상관없다고 삶의 뒤편으로 치워놓을지. 특히 선희는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전제다.) 저자 켈리 최의 웰씽킹 방법을 따라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어마어마한 일을 벌여놓은 선희에게 이 책이 동아줄이 되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주문한 치킨이 도착했고 셋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지니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와 해낼 수 있다는 긍정이 샘솟아난다. 급기야 웰씽킹에서 말하는 시각화와 확언, 선언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내친김에 100일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한다. 누구 하나 왜들 이러나 태클 걸 틈도 없이 셋은 각자 100일 프로젝트를 정했다.
최근 가민을 사며 종종 운동 기록사진을 올리던 진옥은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을, 작년부터 고민하던 사업을 새로 시작한 선희는 사업성 공과 관련된 자기 확신 메시지를 소리 내어 다짐하는 것을, 영어 과외가 업이지만 영어는 늘 숙제로 남아있는 효정은 영어 필사를 100일간 하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2022한 해 계획을 세우는 지경에 다다랐다. 웰씽킹에서 나열한 핵심가치 중 건강을 공통으로 선택한 셋은 올겨울 한라산 등반을 최종 목표로 한 달에 한 번 등산을 가기로 한다. 이번 달은 근처에 있는 앞산을 가자며 날짜와 시간까지 못 박는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버리고 싶은 습관도 하나씩 털어내 보자는 의견에 진옥과 효정은 운전 중에 핸드폰을 보지 않기로, 선희는 자기 전에 티브이를 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갑자기 셋은 왜 때문에 이렇게 적극적이고 희망적인 것일까.
그랬다. 분명히 자기 계발서 너무 싫어한다고 그랬다. 첫 책부터 자기 계발서라고 짜증을 짜증을 냈었다. 그래도 첫 책이니 하는 수없이 읽어만 준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것들을 자진해서 하겠다고 하며 셋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만약에 선희의 자기 확언 법 성공한다면 켈리 최 연설을 따라다니며 증언을 하겠다는 농담을 하며 한참을 웃는다. 가만 보면 이번 다산북스 협찬 도서 웰씽킹에서 가장 뽕 뽑은 모임은 다산 명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또다시 배꼽이 빠진다.
기대해 보자. 100일 뒤. 2022년 5월
P.S 명품이라곤 1도 없는 우리가 이름을 다산명품으로 지은 이유를 조만간 써봐야겠다
#일상 #책 #독서 #읽은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