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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May 24. 2022

1. 오늘은 누워만 있고 싶다

퇴근 후 누리는 삶 시리즈






말 그대로 오늘은 누워만 있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다.

6년차 직장인. 이제는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졌지만 바쁜건 왜 또 그대론지 의문이다. 월요일이었던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퇴근을 하고 싶었고, 퇴근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스마트폰 중독인진 모르겠지만 퇴근 이후에도 내 손에서는 스마트폰이 떠나질 않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스마트폰은 하고 싶다.


어렸을 때에는 어른들이 '게임하지 말아라', '누워서 오래 있지 말아라', '바르게 앉아 있어라' 등 잔소리를 하는데 반해 어른이 되어서는 누가 나에게 크게 잔소리 할 걱정이 없다. 물론 엄마와 함께 사는 나로서는 종종 듣긴 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할 의무가 있는 성인으로써 내가 퇴근 이후에 핸드폰을 해도, 일찍 잠을 자도,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있어도 크게 신경써주지 않는다. 왜냐.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러한 책임감을 놓고 싶은 생각도 든다. 성인이 뭐 대수라고. 하지만 성인은 대수다. 먹은 나이만큼 내 자신을 내가 책임져야하고, 먹은 나이만큼 책임의 무게는 무겁기 마련이다. 올해도 벌써 1분기가 지나갔고 2분기의 반이 지나가려고 한다. 추운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이 왔지만 여전히 나는 그대로인 이 느낌. 어른이 되고 나니 변하지 않는게 좋다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건 퇴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로 존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루하루 노화하는 나의 몸뚱아리를 보며. 불가능은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은 조금은 여유로운 날이지 싶다. 이상하게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은 나를 향해서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아님 내 마음이 나에게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그 이유가 어찌됐든 나는 울적한 마음이 든다. 마음을 바꿔야지 생각하다가도 그냥 이대로의 기분도 하루 정도는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여유가 있어서 드는 생각일까 싶기도 하다.


퇴근 후 누리는 이런 빈둥대는 삶이 때로는 좋다. 나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랄까. 금전적인 부분은 넉넉하지 않아도 시간 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있기에. 나는 이 시간을 낭비하는 맛에 바쁜 근무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직장에 다니시는 분이시라면 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리라 믿는다. 수없이 많이 읽은 자기계발서들도 오늘만큼은 소용이 없다.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이고,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얼마동안 지속해야하는지에 대한 계획 따위는 오늘은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잠자기 전에도 최대한 시간을 낭비해보려고 한다. 시간을 낭비하는 재미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것이지만, 푸대접을 받을 때 우리는 반전의 희열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오늘은 그냥(?) 그러기로 한다. 사실은 그냥 그러기로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적절히 그럴듯한 이유를 붙인 것 같다.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이 글을 읽고 공감이 되신다면, 당신도 오늘 하루는 그저 시간을 충분히 낭비해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전까지는 그래도 되지 않은가. 오늘은 그냥 누워있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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