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너와 나
23년 5월 나는 결혼을 했다. 결혼'식'을 했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할까. 결혼은 했지만 아직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해야할 결정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하는 편이 덜 이득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 때가 언제올지는 아직 미지수이긴 하지만.
지난 5월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일적으로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가 결혼식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다행히 예비 배우자가 일을 쉬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많이 신경써주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결혼식이라는 큰 산을 넘어가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다.
한 사람의 일생을 돌아봤을 때, 크다면 큰 대소사인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30분 남짓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필요하다. 작은 선택, 큰 선택들이 모여서 결혼식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결코 그 결혼은 작디 작은 선택들의 집합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시초이기도 하며, 내 인생에서는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결정이기에 일생에 있어서는 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혼식을 우리는 흔하디 흔하게 진행되지만, 그 결혼이라는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그리고 흔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결혼이겠지라는 생각.
배우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물어본 적이 있다. "너와 나는 남인데, 언제쯤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까?" 답변은 비교적 간단했다. "결혼식을 하고 나면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결혼식을 했을 뿐인데, 왜 이로써 가족이라는 느낌이 나는지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같이 보낸 시간들에 비례해서 가족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나와 같이 무수한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어야한다. 그렇지 않기에 이러한 가설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족의 구성원에서 과연 배우자를 포함 시킬 그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졌다. 사건이 있어야할까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가족이라는 관념이 생길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는다면 내가 노력해야하는 부분인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무엇을 노력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러한 궁금증들은 나와 계속되겠지만, 뚜렷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같이 부스스한 아침을 맞이하고, 의견이 맞지 않을 때 각자의 의견으로 치열하게 다투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예능을 보며 웃는 그 소중한 일상들이 어쩌면 흔하디 흔한 결혼의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이런 흔한 결혼 생활을 통해서 좀 더 자신과 타인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써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관념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러 인생사를 논의할 수 있는 좋은 벗을 얻는 것이기도 하기에 계속해서 선택을 조율하며 만들어가며 나는 오늘도 '배우자'라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영입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