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떡첨을 어떻게 처리하지?
구정 명절에 엄마가 준 떡첨이 세 봉지나 된다.
예전 같으면 다 못 먹는다며 화를 내고 안 가져왔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게 엄마가 기뻐하는 일이란 걸 깨닫고
군말 없이 가져온다.
벌써 열 번도 넘게 떡국을 끓이고 있지만
아직도 냉장고 안에 떡첨은 줄지 않고 있다.
아 이게 떡국 달인이 되라는 계시로구나.
떡국을 싫어하지 않고, 여의도에서 일할 때
산하라는 음식점에서 먹었던 떡첨 많이 들어간
떡국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할 때마다 육수를 다르게 내고, 간을 내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어 보고, 떡의 익힘 정도를 체크하였다.
멸치 육수, 다시마 육수, 채수, 고기 육수 등등
시도해 보았으나 오늘은 그냥 멸치 육수다.
간을 낼 때는 간장을 조금만 넣어 색깔을 내고
심플하게 소금 후추 간만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플하게 맛을 내는 게
내 적성에 맞는다.
양식 요리를 하며 대부분 소금 후추 간으로
끝나는 게 인상 깊었다.
물론 평양냉면처럼 밋밋하여 대중은 싫어하겠지만
한번 심플한 맛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클래식을 듣는 맛이라고 할까.
왠지 대중가요보다 더 안 질리고 오래간다는 생각이
든다.(이건 어디까지나 내 취향 탓이리라)
고명은 아쉽게도 고기 다진 게 없어서 패스하고
흰떡국과 대조를 이루게 파의 파란 부분과
노란 지단만 얹었다.
파의 색감이 살아있게 하기 위해 맨 마지막에
넣고 바로 담았다.
생각보다 후추는 너무 잘 어울린다.
보기에 약간 지저분할 수 있으나. 맛이 더 중요하다.
엄마 덕분에 떡국이 무언지 조금 알 것 같다.
차분히 비 오는 봄날에 자극적이지 않고 담박한
떡국 한 그릇이 세상을 사랑할 힘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