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남자의 한식조리사 도전기

내일배움카드 사용과 학원등록부터

by 프리맨

퇴직하고 삼 년 방황하며 처음으로 실체가 있는 무언가에 도전한다. 이제까지 나에게 자격증을 따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일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백팔십도 달라졌을까? 이유는 많다. 무료하기도 하고, 평소에 해보고 싶은 걸 이유 따지지 말고 해 보자는 것도 있고, 친구가 던진 한마디 '너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가 기폭제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갑자기 무슨 화학작용이라도 생긴 건지 스스로도 모르지만 마음을 바꾸니 현역 때 버릇이 된 추진력이 발동이 되었다.


이왕이면 좀 저렴하게 배우고 싶어 실업급여받을 때 신청한 내일배움카드가 생각났다. 그동안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아 어디에 처박아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카드나 통장을 넣어둔 박스를 두세 번 두졌으나, 어떤 게 내일배움카드인지 알 수 없었다. 이놈의 일처리는 구멍이 숭숭 나있다. 박스를 연 김에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카드사 정보를 조회해 보니, 나는 신한카드에 이 기능을 넣어두었다.


한 고비는 넘었다고 생각하고 고용 24에 들어가서 내일배움카드 적용 되는 한식조리사 과정이 개설된 학원을 찾았다. 학원비가 천차만별이었다. 두세 군데를 후보로 올려놓고 난생처음 요리학원을 가보기로 하였다. 먼저 강남역 근처에 이름 있는 H요리학원으로 갔다. 예약도 하지 않고 방문하여 직원이 당황한 눈치지만, 조금 기다리니 상담을 해주었다. 기다리는 동안 조리실을 보니 최식식으로 잘 갖춰져 있고, 강의가 진행되는 모습이 보였다. 묘한 감정이 일어나며 내가 잘하는 짓인지, 이 길로 계속 갈 수 있을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군대 있을 때 잠깐 격오지에서 몇몇 사람의 식사를 담당했고, 퇴직하고 심심풀이로 요리를 해 본 게 전부다. 그래도 그냥 요리에 관심이 생겨 냉부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보았고, 큰 애가 요리를 잘해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다.


세 번째 방문한 강남역 인근 S요리 학원이 가격, 시설, 분위기 등이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 마음 편하게 이제 다니기만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배움카드에 문제가 생겨 알아보라는 것이다. 뒤이어 고용센터에서 카드 만든 지 2년이 넘었는데, 자격 심사를 새로 해야 하니 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비상임으로 어느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게 문제 된 거 같다. 나랏돈으로 배운다는 게 아주 간단한 게 아니구나. ㅠㅠ. 며칠 후 다니는 회사 사업자등록증과 소득증명 서류를 제출하였다. 월급이 3백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는 데 당연히 나는 비상임이라 넘지 않았다. 고용센터에서 조회해 보면 금방 나올 테지만 개인정보라 그런지 꼭 신청자가 내야 되는 것 같다. 나랏돈 한 푼이라도 얻어 쓰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좀 더 알아봤으면 당황스럽지 않았을 텐데 추진만 할 줄 알지 세심하지 않은 모습이 바로 들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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