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파서 위로가 되는 소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기분이 음산해지고 좋지 않았다. 무슨 괴기한 영화라도 본 듯한 느낌이랄까. 누구든 속에 들어있는 나약한 모습이 속속들이 해부되는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많이 차분해지고 주인공 요조의 측은한 삶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마지막 부분에 표현처럼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조는 세상이 불편하여 자신을 둘 데가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 구원처럼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장된 익살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익살은 항상 불완전하고 기괴하기마저 했다. 학창 시절 처음 그런 익살은 별 볼일 없는 친구 다케이치에게 들통이 나고, 그 이후로 요조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요조의 본모습은 '말없이 음산하게'인데, 그걸 드러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불편하게 사는 요조지만 여자들에게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있다. 여자들은 요조의 능력보다 순수함을 알아본 것일까. 그중 한 명인 쓰네코와는 가진 돈 동전 세 닢에 굴욕감을 느끼고 둘이 자살을 기도하였으나, 쓰네코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았다. 요조의 인생은 자살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연인 쓰네코만 잃는 처지가 되고 만다.
또 다른 순진한 연인 요시코와는 결혼까지 가지만, 요시코가 겁탈당하는 걸 보면서도 외면한 요조의 무능력과 무기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불과 같이 화를 내며 댐빌수도 따질 수도 없는 요조는, 이미 인간 실격인 것이다. 요조는 점점 술과 마약에 탐닉하게 된다. 요조의 잘못이 있다면 순진하게 불쌍한 여성을 신뢰한 죄 밖에 없지만, 결과는 감당할 수 없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제 요조가 갈 곳은 세상과 떨어지는 것밖에 없다. 작가의 적나라한 표현대로 하면, '마시다 만 한잔의 압생트'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차대전 후 패망한 일본인들은, 이 작품에 대리만족을 하듯 열광한다. 철저히 지질하고 파괴된 인물 요조는, 패망한 일본을 은유적으로 대변하는 것 때문일까. 그런 시대적 배경을 떠나서 요조의 삶은 어쩌면 냉혹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처지를 가혹하리만치 아프게 찌르는 지점이 있다.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순진함은, 아무런 죄가 없지만 불친절한 세상과 만나면 이상한 화학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누구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요조는 이 세상에서 철저히 소외되었지만, 저 세상에서 우대받는 사람이지 않을까. 소외되고 불운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공감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