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

단테가 7백 년 전에 그린 지옥 이야기

by 프리맨

단테(1265-1321)의 책을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지만, 제대로 숙독한 적이 없다. 드디어 지옥편을 읽고 나니, 버킷리스트를 하나 해결한 것처럼 후련하다.


단테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이었으나, 정쟁에 휘말려 추방된 후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마 단테가 현실세계에 잘 적응하여 평범하게 살았다면 걸작 신곡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단테는 살아생전에 핵심에서 밀려나 초라하게 살았지만, 후대에 더 큰 영광과 명성을 얻게 된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단테가 상상한 지옥일 것 같을 정도로 상상력이 풍부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34개 곡에서 9개의 구렁(지옥)이 나오는데, 단테는 존경하는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삼일 동안 지옥을 돌아보게 된다. 9개의 지옥은 각각 해당하는 죄인과 형벌, 그리고 상징이 존재한다.


제1지옥 림보(세례를 받지 못한 자가 머무는 곳), 제2지옥 애욕, 제3지옥 탐식, 제4지옥 탐욕, 제5지옥 분노, 제6지옥 이단, 제7지옥 폭력, 제8지옥 사기, 제9지옥 배신


단테는 배신을 가장 추악한 죄로 보고, 가장 깊고 고통스러운 곳에 놓았다. 단테의 인류 최악의 배신자로 유다(예수를 배신), 브루투스, 카시우스(카이사르의 암살자)를 꼽는다. 아마 사람들마다 각자 죄의 경중은 다를 수 있지만, 단테의 설정을 대부분 인정할 것 같다. 단테의 상상력은 그 이후 서양의 지식과 학문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삽화를 그려 넣어 눈으로 보는 지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처음 삽화를 보았을 때는 유치하고 장난스러웠는데, 자꾸 보니 일러스트처럼 단순 명료하게 의미 전달을 잘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죄짓고 못 살 것 같다. 요즘 죄에 대해 묵상하며 가장 나쁜 죄가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짓밟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기 자신을 망치는 죄는 자기에게만 해당되니 자기 잘못으로 자기가 고통받는 것이지만, 남을 헤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약자는 뻔히 당하면서 대항할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어 쉽게 무너진다. 특히 약자에게 저지른 비열하 죄는 정말 용서하면 안 되는데... 현실 세계는 슬프게도 약자를 두 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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