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르느와르와 세느 파가 있다
파리에 갔을 때 지척에 두고도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보지 못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보는 것만도 힘에 부쳤다.
사실 나의 미술 취향은 아직 오랑주리 인상파에 머물러 있는데
루브르가 주는 대표성 때문에 그곳을 먼저 갔다.
서울에서 열리는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일찍 얼리버드로 예매하고 드디어 갔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주 몇 개의 작품만 올 것이고,
나는 르느와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르느와르와 세잔을 비교하여 전시하고 알려주니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와이프는 세잔은 보지도 않고 르느와르 파다.
나는 그 앞에서 들어내놓고 세잔이 좋아라고 할 수 없었다.
그건 우리가 살아온 취향으로 보면 분명하게 드러날 취향이었다.
아름답고 따뜻하고 전통적이고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과
도전적이고 미래적이고 새로운 것을 흥미 있어하는 성향의 다름.
이게 이 미술관에서 딱 마두 칠 줄 어찌 알았을까.
내 취향이 어떻든 나는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게 내가 오래 같이 살아오며 깨달은 노하우 아닌 노하우다.
한때는 별것도 아닌 서로 다른 취향을 얘기하는 객기를 부리다
부부 싸움으로 비화하기 일쑤였다.
씁쓸하지만 적절한 휴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지막에 피카소가 유일한 화가로 인정한 사람이
세잔느라고 한 말을 읽고 소리 없는 쾌재를 불렀다.
오늘의 미술관 관람은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나만의 일승을 챙겨 주었다.
그렇다고 상대의 취향을 무시하거나 억누를 생각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