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산책길

양재천은 나를 맑게 해 주고

by 프리맨

겨울비가 왔지만 우산을 들고 산책할만했다.

어쩌면 맑은 날과 다른 운치가 있어

산책길이 더 차분해졌다.


돌다리 사이를 지나는 시냇물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며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한참을 서서 시냇물 소리를 들었다.

어제 몸과 마음의 혼탁이 씻겨 내려간다.


살롱드가든 길은 쭉뻗은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있고

그 사이로 난 좁은 길은 가로등 불빛에

어둠과 빛을 터널처럼 보여주었다.

나무의 냄새와 향이 폐부로 돌진해 들어온다.

나는 숨을 크게 들어마셔 본다.


비를 맞으며 밤새도록 앉아있는 칸트 형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칸트 형은 나를 넌지시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형 말 좀 해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칸트 형에게 따지듯 물었다.

칸트 형은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는지 대답이 없다.


시민의 숲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을 보니

심하게 흔들렸지만, 잘 나온 사진보다 신비로웠다.

오! 실패해도 때로는 건질 게 있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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