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여행 3일 차

순천에서

by 프리맨

3일 차는 늦게 일어나 천천히 순천을 돌아보았다. 가장 먼저 헤어질 결심에 나온 송광사. 날씨가 춥다고 하였지만 차를 놓고 절까지 올라가는 무소유 길은 겨울 운치가 있었다. 법정 스님이 많이 걸었다는 무소유 길. 스님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길을 걸었을까. 가람은 수십 채의 집들이 있었고, 새로 지은 듯한 건물들이 많았다. 6.25 때 일부가 소실되어 새로 지은 것과 최근에 지은 것들이다. 사천왕문을 지나는 곳에 냇가가 흐르고 돌다리가 있어서 운치가 좋았다. 대웅전은 너무 크고 황량하여 제맛이 나지 않았다. 서래와 해준은 송광사에서 애정을 쌓는다. 왜 하필 절에서 그것도 송광사일까?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서래의 대사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가 귓가에 맴돌았다. 살면서 이 대사는 되뇌게 된다. 그냥 살면서 억울한 일들을 많이 당하게 되어서 그런가. 이 말을 잘 이해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까.


KakaoTalk_20251227_085412255_15.jpg [겨울 산수유 열매가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린다, 어느 시에서 아버지가 따준 산수유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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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순천 옥리단길에 있는 주보이라는 식당으로 갔다. 옛날은 다른 이름이었다. 고두심도 왔다 갔다고 사진이 붙어 있다. 민가를 개량하여 깨끗하게 흰색 톤으로 인테리를 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대기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맛집이다. 주방을 보니 젊은이들이 바삐 움직인다. 주방 풍경만으로도 흡족하다. 젊은이들이 도전적으로 내놓는 퓨전 요리에 나는 가점을 많이 준다. 돌문어 빠쉐와 전복장 비빔밥을 시켰다. 식재료는 모두 순천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고 한다. 일단 양이 푸짐하고 비주얼이 좋다. 돌문어 빠쉐는 토마토 국물이 진하게 올라오며 약간 시큼한 맛을 포인트로 주고, 해산물이 푸짐하다. 전복장 비빔밥은 톳조림이 고명으로 올라가고, 특제 간장소스로 만든 전복장이 튀지 않으며 은은히 맛을 더한다. 전복장을 넣지 않고 먼저 먹어보았는데 맛있다. 여기에 전복장을 얹으니 또 색다른 간이 나오며 맛을 낸다. 정갈하게 나온 매실 장아찌와 반찬을 포함하여 싹싹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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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잘 먹고 순천만 습지로 향했다. 추운 날씨 탓에 꽁꽁 싸매고 갔는데 바람이 세지 않아 걸을만했다. 색이 바랜 갈대와 꺼억꺼억 소리를 내는 철새를 바라보며 데크길을 산책했다. 다 돌아보리라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걷다 보니 풍경에 매료되어 완주를 했다. 겨울만 느낄 수 있는 갈대밭과 슾지의 매력이 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은 움츠려 들었으나, 마음은 드넓은 갈대숲을 보며 한없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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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에 박완서 작가가 좋아했다는 노을 명소 와온해변으로 갔다. 커피를 한잔 하며 낙조를 기다렸다. 별반 해안 산책로가 없었지만 물이 빠진 갯벌을 배경으로 붉게 물들 낙조를 생각하니 낭만이 올라왔다. 루프탑에 올라 셔터를 누르며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오늘 해는 지지만 내일 떠오르기에 희망이 있다. 태양이 위대한 건 변함없이 다시 떠오르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내려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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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천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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